2001년도 대입 수학능력시험 성적 발표 결과 지난해 1명이던 만점자가 66명이나 나왔다. 수험생 전체 평균도 지난 해보다 27.6점이 뛰어오르는 등 극심한 성적 인플레를 보였다. 360점 (100점 만점 환산시 90점)이상 고득점자도 12만514명으로 지난해 4만6천506명보다 7만4천8명이 늘어났다. 특히 지난해까지 서울대와 명문 사립대 상위권 지원가능 점수였던 380점 이상 고득점자가 지난해의 5배를 웃도는 3만5천141명에 달해 올 대학입시에는 중상위권 수험생들의 입시경쟁이 눈물겹도록 치열하다. 대학입시생들의 성적이 이렇게 향상되었는데도 좋아할 수 없다는 것은 불행한 일이다. 난이도 조절실패는 물론 지나치게 쉬웠던 ‘수능’탓이다.
물론 ‘수능’에 대한 교육당국의 기본방향이 문제를 쉽게 출제함으로써 학생들의 입시부담을 낮추고 과외 등의 사교육비를 줄여 학교교육을 정상화하자는 데 있음을 모르는 바는 아니다. 그러나 그동안 입시정책에 많은 변화가 있었지만 괴외가 없어지기는 커녕 새로운 입시제도에 부응한 새로운 과외가 다시 등장하는 악순환을 거듭했음을 잊지말아야 한다. 지금의 ‘수능’사태는 교육당국의 비현실적인 상황파악, 제도변화가 있음에도 이를 따르지 못하는 점수만능주의의 진학지도, 그에 맹종하는 학생·학부모 그리고 학생선발에서의 자율권만을 주장할뿐 자체적인 학생선발 노력은 기울이지 못하는 대학당국 등이 복합적으로 빚어낸 모두의 책임이다.
그런데 고득점자가 그렇게 증가했는데 0점자가 25명이 나왔다는 사실에는 참담해진다. 이름과 수험번호를 적고 백지답안을 내 0점을 받은 수험생이 대부분이지만 일부는 전과목의 전영역을 표기하고도 0점을 받은 경우도 있다고 하니 어처구니가 없다. 고등학교 3년을 아니 중학교까지 합쳐 6년간 학교를 헛다닌 셈이다. 아무리 행복이 성적순이 아니라고 강변하는 세상이지만 400점 만점에 0점이라니 절망스럽다.
/淸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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