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야 솟아라, 해야 솟아라, 말갛게 씻은 얼굴 고운 해야 솟아라. 산 너머 산 너머서 어둠을 살라 먹고, 산 너머서 밤새도록 어둠을 살라 먹고, 이글이글 애띤 얼굴 고운 해야 솟아라.”
새해가 되면 더욱 생각나는 고(故)혜산(兮山) 박두진(朴斗鎭)선생의 시(詩), ‘해’의 한 부분이다.
새천년이다 뉴밀레니엄이다 해서 소란스러웠던 2000년이 역사속으로 사라지고 2001년의 아침이 밝아왔다.
지난 2000년은 국민이 고통속에서 신음한 1년이었다. 어설프기짝이 없는 의약분업은 국민을 분노하게 만들었고 은행과 금고를 중심으로 한 대규모 금융비리사건들은 애꿎은 서민들의 생명같은 목돈을 날렸다.
그동안 구조조정을 위해 쏟아부은 공적자금은 밑빠진 독에 부은 물이 되었고, 당리당략에 매일 싸움질만 한 정치판은 그야말로 ‘개판’이었다. 분단사상 처음으로 성사된 남북정상회담, 이산가족 상봉, 그리고 김대중대통령의 노벨평화상 수상을 빼면 2000년은 정말 참담한 한해였다.
조물주가 부여한 인간의 감정 중에 희로애락이 있고 여기에 애오욕(愛惡欲)을 덧붙여 ‘칠정(七情)’이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조물주가 부여한 성정(性情)때문인지 사람이 살아가는 데는 늘 좋은일만 있는 것은 아닌 모양이다.
그래서 우리는 눈의 초점을 지나간 역사에만 맞추어둘 수 없는 것이다. 역사는 귀감으로 삼아야 한다.
그래서 송구영신(送舊迎新)의 자세가 필요하다. 슬픈 과거는 되도록 빨리 잊자. 낡은 것은 보내자. 새것은 가슴을 열고 맞이하자.
“해야, 고운 해야, 해야 솟아라. 꿈이 아니라도 너를 만나면, 꽃도 새도 짐승도 한자리 앉아, 워어이 워어이 모두 불러 한자리 앉아, 애띠고 고운 날을 누려 보리라.”
혜산 선생의 ‘해’, 그 햇살이 삼라만상을 고루 비추어 2001년 새해에는 이땅에서 고통받는 사람들이 줄어 들었으면 좋겠다.
/淸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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