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단 선거

문인들만의 사회에서 치러지는 ‘문단 선거’는 정치판처럼 혼탁하지는 않다. 후보로 나선 문인들이야 속이 타겠지만 한 표를 행사하는 쪽은 느긋하다.

오는 14일 치러지는 한국문인협회 제22대 이사장 선거의 경우 현 이사장과 부이사장이 경합을 벌이고 있는데 선거운동은 후보자 본인과 후보자를 지지하는 문인들이 주로 전화통화로 한다.

이번 문인협회 임원 선거에 참가할 수 있는 문인은 5천103명인데 서울에 거주하는 사람은 서울 종로구 동숭동 소재 예총회관에서 직접 투표를 하고, 전국 각 지역에 거주하는 문인들은 투표용지를 선거 하루 전까지 도착할 수 있도록 우송한다. 문인협회 회원은 5천103명을 훨씬 넘지만 연회비를 납부하지 않은 사람은 투표에 참가할 수 없는 게 특징이다.

이사장 1명, 부이사장 5명, 시, 시조, 소설, 평론, 수필, 아동문학, 희곡, 번역 등 각 분과회장을 1명씩 선출하는 문협선거는 투표할 때 두 가지로 생각한다. 문명(文名)이 높은 사람 아니면 인화력이 있는 사람 중에서 선택하는 것이다.

이사장이나 부이사장, 분과회장이 된다고 해서 대통령이나 국회의원, 도지사, 시장, 군수처럼 특혜가 생기는 것이 아니다. 당선되면 오히려 사비를 더 써야 하는 자리인데도 입후보한다.

1961년 12월30일 창립한 한국문인협회는 제1대 전영택, 제2대 소설가 박종화, 소설가 김동리, 문학평론가 조연현, 시인 서정주, 시인 조병화, 시인 황명 선생이 이사장을 역임했는다.

같은 장르의 문학단체, 한국현대시인협회, 한국수필가협회 등은 거의가 회장은 추대하는데 문인협회 경우 2명이 경합을 벌여 서로 서로 잘 알고 지내는 문인들은 실상은 곤혹스럽다.

문인협회는 본부 이사장, 시·도지회장, 시·군 지부장들이 모두 동격이다. 선거는 거의 추대형식이고 경합을 할 경우 1∼2표차로 낙선돼도 정치판처럼 재검표를 하는 등의 사례는 한번도 없었다.

만일 문단선거에서 조차 정치판처럼 공약(空約)이 남발되고 인신공격이 난무한다면 문인 전체의 망신이다. 또 선거가 화기애애하게 치러지기를 믿어 의심치 않는다.

/淸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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