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통령의 책임

영수회담이란 말 자체가 권위주의적 냄새가 다분하다. 여야 총재회담을 청와대가 굳이 영수회담으로 공식 명칭화한 것은 잘못이다. 어떻든 회담이후 정국이 꽁꽁 얼어붙어 국민은 경제불안에 정치불안까지 겹쳐 심히 불안해 한다. 과거 여섯 차례에 걸친 회담도 별 성과가 없었다. 경제협의체 구성, 인위적 정계개편 금기등 몇가지 합의사항조차 이행되지 않는 상황이다. 엊그제 가진 일곱차례 회담도 별 기대를 가졌던 것은 아니나 오히려 회담을 갖지 않은 것만 못해 한치앞의 정국을 예측할 수 없는 벼랑에 서 있다.

국민을 편하게 해주는 정치가 잘하는 정치인 것이 맞다면 이의 책임은 정국을 주도하는 입장에 있는 여당총재가 야당총재보다 더 무겁다고 보아야 한다. 이 점에서 김대중대통령에게 발견되는 독선과 아집은 심히 우려스럽다. 이제 집권 3년을 채우는데도 마치 장기집권한 사람처럼 달라 보인다. 장구한 민주화운동을 벌인 대중적 재야 면모와는 판이한 귀족주의 의식을 드러내는 것은 심히 유감이다. 재야시절 정권의 방패막이로 그토록 혹심하게 당한 검찰권의 남용에 검찰의 중립화를 공약하고도 중립화는 커녕 그 자신 검찰권 남용을 탐닉한다는 국민적 비판을 면치 못하고 있다.

총재회담에서 국회법이 개정되면 문제의 임대의원 철수용의가 있다고 밝힌 것은 얼마나 경직된 사고방식을 지니고 있는가를 보여준다. 국회의원을 보릿자루 다루듯 꿔주고 되돌려받고 하는 것을 능사로 아는 것은 과거의 그가 아니다. 사사건건 잘못된 것은 야당의 반대때문이라고 말 하는 것 또한 과거의 그가 아니다. 야당의 정치 파트너형태가 정권의 장식품화 돼야 상생의 정치로 보는 것 역시 과거의 그가 아니다. 꼼수와 정도하나 식별못하는 총명의 흐림 또한 과거의 그가 아니다.

이제부터라도 늦지 않다. 정치의 틀을 크게 잡는 대범한 면모를 국민들은 보고 싶어 한다. 어려운 일이 아니다. 김대중대통령이 체험한 야당활동을 생각하면 해법은 절로 나온다. 물론 이회창 한나라당 총재가 하는 일이 다 옳다고 할 수는 없다. 무턱대고 두둔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이총재 역시 흠은 있다. 그러나 정국주도의 책임을 김대통령이 모면할 수 없는 것처럼 냉각정국을 폴어 국민을 편안하게 해줄 책임 또한 대통령에게 돌아간다. 만약 이를 거부하는 독선과 아집을 집권의 프리미엄으로 안다면 미래가 걱정스럽다. 권력의 단맛을 알면 쓴 맛도 알아야 한다.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