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정권과 개방개혁

지난해 5월에 이어 8개월만에 다시 중국을 방문한 김정일국방위원장이 귀국하면 개방개혁을 할 것이라는 현지보도는 관심을 끈다. 바오산(寶山) 철강소, 상하이(上海) 증권거래소, 쑤저우(蘇州) 정보통신(IT)단지 등을 찾아 표명한 깊은 관심은 변화의 노력을 감지할 수 있다. 40대 엘리트 경제관료와 당·정·군의 원로들을 대동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 연초에 로동신문등 공동사설을 통해 밝힌 ‘신사고’와도 상통한다.

1995년 이후 누적돼온 절대적 식량부족, 극심한 에너지난은 더 이상의 책임생산제나 독립채산제 독려만으로는 해결될 수 없는 한계에 이른 것 또한 사실이다. 그러나 동구권 붕괴이후 우리식 사회주의, 강성대국을 표방한 북측 정권이 보도된대로 쉽게 개방개혁을 공표할 것으로 보기는 아직 이르다.

개방개혁의 필요성을 몰라서 여태껏 빗장을 풀지 않은 것이 아니다. 개방개혁이 가져올 체제위협의 상충적 고민은 과거에 그랬던 것처럼 지금도 앞으로도 여전하다. 지배권력의 절대화, 혈통승계의 신성화 등 주체사상을 기반으로 하는 특유의 사회주의 체제가 존립할 수 있었던 것은 이에 상응한 폐쇄적 통제가 있으므로 해서 가능했다. 원로등 수구세력은 물론이고 개혁을 말하는 엘리트 신진세력도 체제를 붕괴해가며 개방개혁을 추진할 것으로는 절대로 믿을 수 없다. 또 중국식 사회주의 시장경제를 모델로 도입하는데도 중국과는 또다른 난관과 고민이 있다. 하지만 어떤 방식으로든 신사고의 변화가 많든 적든 불가피한 것은 경제난 해소의 당면과제가 절박하기 때문인 것으로 이 역시 체제유지를

위해서다.

결국 김정일정권은 종전의 틀을 기본골격으로 하는 ‘신 우리식 사회주의’로 제한적 개방개혁을 추진할 공산은 충분히 있다. 예를 들면 구조적 농업침체의 요인이 된 분조관리제의 협동농장 농업관리방식을 본연의 생산성 중심으로 개선하는 것을 생각할 수 있다. 그리고 남북관계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긴 하나 방심은 금물이다. 이도저도 아닌 꽉막힌 상태에서의 돌파구는 일전불사로 갈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막기 위해서는 국가안보의 공고화와 더불어 북측의 변화환경을 유연하게 받쳐주어야 한다. 이번 김위원장의 중국방문은 부시정권의 출범과 전혀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무언의 메시지가 담겼다 할수 있다. 테러국 이미지를 지우는덴 노력하면서도 미사일카드는 쉽게 버리지 않을 것이다.

북·중의 잦은 실질접촉에 러시아가 적지 않게 신경쓰는 것 같다. 주변 강대국들의 자국 이익을 위한 지나친 대북자극은 평화를 위해 무익하다. 정부의 다각외교가 요구된다. 아울러 북측이 다소간의 변화를 보이고 또 이를 지원한다 하여도 아직은 실체적변화가 아닌 점을 유의해야 한다. 남북관계는 항상 이래서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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