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라는 나라가 또 오만방자한 짓을 저질렀다. 2002년 월드컵대회 명칭을 제멋대로 변경, 일방적으로 한국에 통보한 것이다. 국제축구연맹(FIFA)이 ‘2002 FIFA 월드컵 한국·일본(2002 FIFA Word Cup KOREA/JAPAN)’으로 정한 대회명칭을 ‘2002 FIFA 월드컵 일본·한국’으로 표기하겠다는 얄팍한 수단을 부리고 있는 것이다. 그것도 월드컵 일본조직위의 엔도 사무총장이 한국측에 전화로 일방적으로 통보했다니 어이가 없다. 한국측을 무시하는 부도덕하고 몰상식한 행태가 아닐 수 없다.
지난 1996년 2002년 월드컵 대회국이 한국·일본으로 확정됐을 때 국제축구연맹을 비롯해 한국월드컵조직위원회와 일본월드컵조직위원회 등은 결승전을 일본에서 치르는 대신에 개막식은 한국에서 열고 공식명칭은 ‘2002 FIFA 월드컵 한국·일본’으로 하기로 분명히 합의했었다. 그런데 일본이 이를 어기고 입장권과 각종 홍보물에 자국 이름을 앞세워 ‘2002 FIFA 월드컵 일본·한국’으로 표기하겠다는 것은 FIFA와 양국 월드컵조직위가 함께 정한 규약을 정면으로 위배하는 처사인 동시에 한·일 공동개최의 기본정신도 크게 훼손하는 망상이다.
한국월드컵조직위 정몽준 공동위원장이 “만약 일본이 결승전을 양보하고 개막식과 대회명칭을 바꾸는 것을 제의한다면 이는 충분히 고려해 볼 수 있다”고 한 발언도 마음에 들지 않는다. 월드컵 대회의 공식명칭을 바꾸기 위해 결승전 개최지를 한국에 양보하겠다는 뜻을 먼저 밝힌 것도 아니고 일방적으로 ‘전화통보’한 일본측의 간계를 인정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사실 알고 보면 결승전보다는 개막식이 더 중요한 것이다. 결승전은 기량의 성패를 보이는 경기이지만 개막식은 목적을 세계만방에 선양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만일 일본에서 개막식을 먼저 하고 한국에서 결승전을 치른다 해도 효과는 개막식이 열린 나라가 훨씬 크다. 결승전이 어느 나라에서 열렸다는 데 관심있는 것이 아니라 어느 나라가 우승, 월드컵을 차지했느냐가 중요한 것이다.
‘2002 FIFA 월드컵 한국·일본’ 명칭이 변경돼서는 절대로 안된다. ‘2002 월드컵 한국조직위원회’를 공동위원장체제로 운영하고 있는 것도 재삼 못마땅하다. 그래서 일본이 한국측을 얕보고 있는지도 모른다.
/淸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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