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오후부터 설맞이 대이동이 본격화한다. 징검다리 연휴를 이용, 그제 오후부터 설귀성에 나선 이들도 많다. IMF사태에 버금가는 경기침체로 어느 때보다 썰렁한 설명절을 맞고 있다. 아니 IMF때보다 더 어려운 설을 맞는다는 이들이 적잖다. 하지만 세월이 어떻든 명절은 명절이다. 예년보다 고향을 찾지 못하는 사람들이 더 많은 것 같다. 그러나 고향을 가든 비록 못가든간에 설명절의 감회가 없을수는 없다.

설은 조상들 생활이 우리 핏줄에 면면한 전래 최대 명절이다. 세수의 개념은 양력 정초가 일상화됐다 하나, 정서적 정초는 역시 음력설인 것이 민족의 고유 전통이다. 양력 정초를 지나면 더욱 춥지만 음력 정초를 쇠고나면 겨울이 풀리기 시작한다. 올 겨울은 특히 그러하여 20년만의 대설과 강추위로 한바탕 치도곤을 치르고나서 설을 맞는다. 소한 대한을 지나 입춘을 앞두고 있다. 올 설은 설을 고비로 춘색이 더욱 완연할 것 같다. 벌어먹기 어려운 민초들에게는 가장 두려운 계절이 겨울이어서 가는 겨울 오는 봄은 반갑다.

고향을 찾지 못하는 이들도 크게 실망할 것은 없다. 올 가을 추석도 있고 또 내년 설도 있다. 살다보면 우여곡절이 있는 것이 인생이다. 귀성길은 언제나 복잡하다. 어디를 어떻게 가든 어차피 차가 막힌다. 서둔다고 되는 일이 아니다. 귀성길도 그렇고 귀경길도 여유있는 마음가짐으로 가족이 무사히 다녀오는 것이 곧 행복이다.

오랜만에 고향가서 재회하는 친·인척이나 친지들에게도 좋은 만남이 돼야 한다. 설명절에는 윗분, 친구 그리고 아랫사람들에게도 덕담이 제격이다. 제 자랑이나 일삼고 남을 헐뜯는 쓸데없는 말로 모처럼의 만남에 얼굴 붉히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무슨 일을 두고 의견이나 생각이 달라도 자기 고집만 부리는 것은 어리석다. 남의 말도 들을줄 알아야 한다. 인사를 해야 하는 예의가 있는 것처럼 인사를 받을줄 아는 예의가 있다. 남에게 대접을 받으려면 먼저 남을 대접할줄 알아야 한다. 좋은 설명절이 되는 것은 물질도 중요하지만 그보단 마음가짐이 더 중요하다.

/白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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