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는 자동차 사고 다음으로 젊은이들의 목숨을 앗아가는 것이 자살이라고 한다. 우리나라의 자살률도 최근 들어 세계 평균을 웃돌기 시작했으며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자살률이 높은 나라인 일본에서는 ‘자살’이라는 검색어로 무려 몇 만개의 웹사이트를 건져 올릴 수 있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우리나라도 촉탁살인에 까지 이르는 자살사이트들이 유행(?)하는 지경이 되었다.
쥐, 다람쥐, 토끼 등 설치류에 속하는 ‘레밍’은 인간을 제외한 동물들 중 유일하게 자살을 한다고 알려졌었다. 주로 북구에 서식하는 이 작은 동물들은 이른 봄 미처 얼음이 채 녹지도 않은 차디찬 강물에 엄청난 숫자가 함께 뛰어들어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것 처럼 보였다. 생물학자들은 이러한 광경을 먹이와 공간이 부족한 상황에서 모두가 살겠다고 발버둥치다보면 함께 몰락할 수 있기 때문에 레밍들의 일부가 다른 동료들을 위해 스스로 죽음을 택한다는 환상적인 논리를 부여했었다.
그러나 알고 보니 레밍들은 그저 미끄러운 얼음판을 달리다 미처 멈추지 못해 익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니까 자살하는 유일한 동물은 인간뿐인 것이다.
유교에서는 어버이로부터 받은 자기 몸을 함부로 해 칠 수 없다고 가르친다. 기독교도 자살이란 살인과 마찬가지이며 영혼에 큰 벌이 내린다고 경고했다. 그런데도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자살은 끊이지 않고 있다. 자살로 인생의 종말을 장식함으로써 오히려 유명해진 예술가들도 많다. 요즘에는 부정부패 관련 혐의를 받고 결백을 증명한다는 명분으로 자살한 사람들도 있다. 학교성적이 올라가지 않는다고 고층아파트에서 투신자살하는 가엾은 여학생들이 있는가 하면 꾸어 쓴 돈 몇 만원을 값지 못해 괴로워 연탄불을 피워놓고 유서를 남긴 여공들도 있었다.
얼마 전엔 80대 노부부와 장애인이 생활고와 자신의 처지를 비관, 극약을 먹고 목숨을 끊었다. 사실 자살충동을 한번도 안느낀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좋아 죽겠다, 슬퍼 죽겠다, 기분나빠 죽겠다는 등 사람들은 자살 가능성을 무심코 시사한다. 그러나 너무 행복해서 죽은 사람은 없다. 자살을 택한 사람은 아파서, 배고파서, 억울해서 죽은 것이다.
‘개똥 밭에 굴러도 이승이 좋다’고 했다. 고생스럽고 천하게 살더라도 죽는 것 보다는 사는 것이 낫다고 한다. ‘개똥 밭에 이슬 내릴 때가 있다’‘개똥 밭에 인물 난다’는 말도 있다. 그렇다 하더라도 배고파서 자살하는 사람이 없는 세상은 언제쯤 오려는가.
/淸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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