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만의 전쟁고아와의 뜻깊은 만남

“50년만에 찾은 한국의 발전상에 놀랐고 아직도 생생하던 그 옛날 보육원의 모습에 전쟁고아들의 울음소리가 들리는 듯 합니다.”

한국전쟁 당시 미군 중령으로 근무하며 전쟁고아 1천여명을 제주도로 피난시킨 러셀 브레이즈델씨(91·미국 뉴욕거주)가 지난 27일 50년만에 양주군 장흥면 한국보육원을 찾아 황온순원장(101·여) 을 비롯 당시 전쟁고아 30여명과 뜻깊은 만남을 가졌다.

이날 낮 12시30분께 손녀 벨러리씨(33)와 보육원을 찾은 브레이즈델씨는 현관까지 마중나온 황원장과 뜨거운 포옹을 나누고 현재 50대 가장으로 훌쩍 커버린 당시 고아들의 아픈 기억들을 생생히 전하며 이야기 꽃을 피웠다.

보육원측이 준비한 꽃다발, 기념품과 함께 당시 고아였던 이범준씨(57·화가·서울 용산구)가 50년간 마음속에 담아두었던 고마움을 담아 직접 그린 산수화를 전달하자 브레이즈델씨는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브레이즈델씨는 황원장과 꼭 잡은 두 손을 잠시도 놓지 않은 채 50년전 함께 겪었던 당시의 일들을 회상하며 “1천여명의 고아와 1천500명분의 식량을 가지고 제주도로 향해야 했던 순간은 당시의 열악한 교통수단으로 인해 거의 생사를 건 모험이었다”고 회상했다.

보육원측이 점심으로 준비한 잡채, 흰쌀밥, 미역국 등을 맛본 브레이즈델씨는 당시 전쟁 고아들의 사진과 기록된 서류를 살펴보며 눈시울을 적시기도 했다.

‘당신은 영원한 전쟁고아들의 아버지’라는 황원장의 말을 뒤로 한채 브레이즈델씨는 3시간의 짧은 만남으로 50년만의 재회를 접고 아쉬운 작별을 했다.

/양주=최종복기자 jbchoi@kg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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