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금금리를 내린 은행들이 당연히 취해야 할 대출금리 인하조치가 미흡하기 짝이 없다. 우선 적용대상이 신용대출과 주택담보대출 등 일부 대출금에 국한 한데다 인하폭도 0.5% 포인트에 그쳐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여전히 8.75%의 고율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인하 대상이 신규고객이며 대출금리의 기준이 되는 프라임레이트(우대금리)를 내리지 않아 대기업 및 중소기업대출과 200만명에 달하는 가계대출자 중 대부분이 금리인하 효과를 받을 수 없는 상황이다.
예금금리를 내렸으면 의당히 대출금리도 내려야 할 은행들이 고객의 반발과 여론에 밀려 마지못해 시늉만 낸 느낌이다. 따라서 1년제 정기예금 금리는 연 8%대에서 6% 수준으로 크게 낮아졌지만 은행 여신고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일반대출 금리는 아직도 9%대를, 농협의 신용대출 금리는 12%대를 고수하고 있다.
은행들이 예금금리가 6%대로 떨어지는 저금리 상황에서 대출금리를 인하는 데 인색한 것은 일종의 불공정 거래에 해당되므로 금융감독 기관은 적절한 시정조치를 강구해야 한다. 은행들이 예금금리가 크게 떨어졌는데도 경영난을 이유로 대출금리만 높게 유지하는 것은 금융기관의 우월적 지위 남용에 해당되므로 공정거래법 정신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다.
물론 지금 추진하고 있는 금융산업개혁이 금융산업의 효율성과 수익성을 중심으로 한 경영혁신을 지향하고 있는 점은 충분히 인정된다. 그래서 과거와는 달리 수익성을 훨씬 더 중시하게 된 점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다. 그렇다고 해도 저금리시대에 들어서고 있는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도 대출금리만 고금리체제를 고수한다는 것은 어떤 명분으로도 설명하기 어려울 것이다.
금융기관의 수익성은 중요한 경영목표의 하나지만 그 목표는 자체 생산성 혁신과 자금조달 코스트를 낮추는 비용절감 노력으로 이루지 않으면 안된다. 그런 노력없이 경영수지를 빙자하여 고리대금업자처럼 높은 대출금리로 편한 장사를 하려는 것은 온당치 않다. 기본적으로 예금금리가 내리면 대출금리도 내려야 한다. 그래야 기업의 금융비용이 절감돼 실물경제가 활성화 한다. 당국은 금융권 예대마진의 정당성에 대한 실사를 통해 마진의 적정선을 제시해 이를 바로 잡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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