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고(申聞鼓)는 왕권시대에 백성이 원통한 일을 호소할 때 치게 한 큰 북이다. 조선조 태종2년(1402)부터 대궐문루에 달아 놓은 이 신문고를 치면 당부에서 고충을 알아 처리했다. 태종원년(1401)에 처음으로 설치할 때는 등문고(登聞鼓)라고 하였다. 조선 세종16년(1434)에 승문고(升聞鼓)로 잠시 이름을 고쳤었는데 아무튼 신문고의 위력은 대단하였다고 역사는 전하고 있다.
신문고의 설치목적은 왕권시대에도 백성의 고충을 직접 듣는 민주적인 제도였지만 억울한 사정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 문제점도 있었다. 오늘날이나 옛날이나 백성이 통치자에게 호소할 것이 무엇이겠는가. 권력있는 자, 금력있는 자들로부터 받는 억압과 서러움 밖에 더 있겠는가. 지난 1994년 4월 발족한 국민고충처리위원회는 ‘현대판 신문고’라고 할수 있는데 그동안 위법·부당한 행정처분 등 국민들의 크고 작은 억울함과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 노력을 했다.
그러나 일부 지방자치단체와 행정기관들이 국민고충처리위원회가 시정권고권만 갖고 있고 집행권이 없는 점을 악용, 고충처리위의 시정권고 조치를 묵살하고 수용치 않는 사례가 빈발한다고 한다. 공무원 사회의 관료적인 폐해를 지적하는 3무(無)형태(선례가 없다, 규정이 없다, 재정이 없다는 핑계)가 국민고충처리 과정에도 예외가 없는 것이다. 특히 지방자치단체들은 민선시대 이후 고충처리위의 시정권고조치를 외면하는 사례가 크게 늘어 정부행정이 중앙과 지방정부가 손발이 맞지 않음을 입증한다.
문제는 고충처리위에 행정집행권이 없다는 점이다. 민원사무처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시정권고권과 언론공표권, 대통령보고권을 갖고 있지만 제대로 먹혀 들어가지 않는다. 텔레비전이나 신문에서 그렇게 질타해도 시큰둥한 판국에 공문서로 전달되는 시정권고조치가 무슨 힘을 받겠는가. 대통령이 호령 호령하고 감사원이 들쑤셔놔도 위법과 부당한 행정처분이 계속 자행되는 실정이다. 공직사회에도 위계질서가 무너진지
오래됐다는 이야기가 들려 나온다.
옛날 대궐에처럼 청와대 정문에 신문고를 매달아 놓으면 청와대 사람들이 가슴을 열고 국민의 쓴소리를 들을 것인가.
지금 현대판 신문고는 전국 도처에서 밤낮으로 울고 있다. 위정자들은 그 아픈 소리를 들을 수 있어야 하는데, 답답하고 또 답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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