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적 경기이슈>자치경찰제 필요성

정치, 경제, 사회, 행정에 이르기까지 모든 분야가 지방자치화 구조로 개편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경찰만은 여전히 예외의 경우로 남겨져 있다. 특히 지방 정치권에서도 최근 이 문제를 공론화하며 ‘자치경찰제’도입을 촉구하고 있으나 당사자인 경찰은 물론이고 정부와 중앙 정치권조차 상반된 논리를 펴고 있어 도입 여부조차 불투명한 실정이다. 당초 예정대로라면 지난해 이미 시행됐어야 할 자치경찰제에 대한 필요성 그리고 쟁점사항들을 살펴봤다. <편집자주>

대통령 공약사항인 자치경찰제는 지난 97년 현 정부가 출범하면서 기획단 발족 등 시행에 대비한 일자별 각종 추진사항이 수립됐다.

이때 계획된 자치경찰제 도입·시행 시기는 지난해인 2000년부터.

그후 이 기획단은 경찰개혁위원회로 기구가 확대 개편되면서 실무 당정협의회가 개최됐고 관련된 문제점에 대한 정부 부처간 상호 조율도 이루어지는 등 활발히 진행했다.

그러나 지난 99년 8월 자치경찰 도입에 필요한 관계법령안을 마련, 국회에 제출하는 과정에서 본질과 관계없는 검찰과 경찰간 수사권 독립문제가 불거져 나오면서 경찰측이 수사상 공조체제를 이유로 강력히 반대하면서 추진 일정에도 차질을 빚었다.

결국 이 과정에서 당시 국회 법안 통과 또한 무산됐다.

현재의 추진 사항을 보면 답보 상태를 넘어 표류하고 있는 실정으로, 당사자인 경찰은 물론이고 정부와 중앙 정치치권조차 범죄가 갈수록 광역화되고 있고 국토의 면적 또한 넓지 않기 때문에 시기상조라는 논리를 앞세워 ‘이미 물건너간 일’이라며 자치경찰제 도입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특히 정치인인 자치단체장이 경찰 인사권을 갖을 경우 정실인사와 함께 경찰과 토호세력과의 유착이 우려된다는 반발에 부딪쳐 깊은 수면 아래로 침몰한 자치경찰제는 현재 도입 여부조차 불투명한 상태다.

이와관련, 지방 정치권은 입장이 다르다.

경찰조직의 관료화를 불식시키고 처벌과 단속위주에서 대민 서비스 제공으로 업무 방식을 전환하고, 또 자치단체가 직접 경찰청에 재정을 지원함으로써 과다 지원의 폐단을 없앨 수 있다는 측면에서 이 자치경찰제는 하루빨리 도입돼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것이다.

정부는 그동안 지방자치를 강화한다면서 중앙사무의 지방이양을 계속 추진하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 그 내용을 보면 지방자치와는 관계없는 단순 사무의 위임에 불과한 것들이 대부분이다.

단체장이 지역사회를 위해 일할 수 있는 권한이 부여되지 않아 지역 발전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는데도 효율성만을 강조, 중앙 집권화를 더욱 강화하고 있는 것이 지금의 실정이고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경찰조직이라고 지방 정치권은 강조하고 있다.

자치경찰은 지역적 특성에 맞는 치안 행정을 실현할 수 있고, 소규모의 독립적 조직이므로 필요한 경우 조직 운영상 개혁이 쉬우며 경찰 행정의 민주성 보장이 용이하다는 점이 장점이다.

단점으로는 지역간 치안 서비스의 불균형 및 법 집행에 있어 불공정을 초래할 수 있고, 경찰기관간 상호 공조가 어렵고 집행력이 약하며 국가적·광역적 치안 행정 수행 역시 곤란하다는 점이 있다.

그러나 지역 특성에 맞는 치안 행정을 수행하는 차원에서 미국·영국 등 선진국의 경우 경찰이 정치적 편향성도 해소한다는 측면에서 이같은 장점을 살리고 단점 또한 적절히 보완한 자치경찰제를 이미 시행하고 있다.

경찰의 기능은 크고 작은 시위나 폭동을 진압하고 국가 안보와 민주적 기본질서 유지 등 시국치안 업무(경비·정보·보안)와 교통시설의 설치, 개개인의 생명과 신체·재산에 대한 위해로 부터 주민을 보호하는 민생치안(방범·형사·수사·교통) 등 크게 두가지로 분류되고 있다.

이중 시국치안은 업무 성격상 국가의 몫이지만, 민생치안은 주민과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종합적인 지방행정을 펼칠 수 있다는 차원에서 국가 사무라기 보다는 지방자치단체의 업무로, 특히 민생치안 부분은 지방자치단체 즉 자치경찰이 맡아야 할 업무인 것이다.

자치경찰은 주민봉사적 책임 행정이 강화되고 운영 경비에 대한 국가와 지방간의 분담이 가능해짐에 따라 재원 운용에 있어 내실을 기할 수 있다.

또 국가경찰과 지방경찰간에 책임과 역할 분담으로 기능을 극대화할 수 있으며 해당 지역 출신의 경찰관이 주류를 이루게 되면서 주거 안정에 도움을 주고 부정 행위에 대해서도 자발적 자체 분위기가 조성되는 등 친근·봉사자세가 확립된다.

자치단체의 다양한 통로가 구축되면서 수사력 향상과 치안 유지에도 긍정적 효과를 발휘하게 되고 시·도 행정과 경찰 행정의 일원화로 중복 행정에 따른 비용 절감도 가능해 진다.

공권력 남용에 따른 인권 유린 현상과 정치 사찰이 만연한 지금의 현실과 3조원이 넘는 경찰 예산 가운데 84%에 해당하는 지방경찰 예산에 대한 자의적인 편성·집행 등에 대한 실질적인 통제 장치가 없다는 점을 볼때도 자치경찰제 도입은 하루빨리 이루어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 때문에 지방 정치권은 “지방자치 정신에 부합하는 경찰 행정을 펼치고 양질의 치안 서비스를 지역 주민에게 제공하는 동시에 정부간 갈등을 해소하기 위한 개혁 방안중 하나이자 국민적 요구”라면서 상반된 논리에 밀려 장기간 지연되고 있는 자치경찰제 도입을 강력히 촉구하고 있는 것이다.

/최인진·이재규기자 ijchoi@kgib.co.kr

◇자치경찰제 일자별 추진 사항

-98년 3월: 자치경찰제 도입을 위한 기획단 발족, 우리 실정에 맞는 자치경찰 모델 연구

-98년 7월: 국민회의(현 새천년 민주당) ‘자치경찰제 정책기획단’공동 연구 개시

-98년 9월24일: 자치경찰제 도입 및 경찰수사권 현실화 방안 수립

-98년 9월29일: 각계 전문가 31명으로 구성된 경찰개혁위원회로 기획단 확대·재편, 경찰개혁위원회 기본안 마련

-99년 4월: 자치경찰제·수사권 문제 등 ‘경찰개혁방안’ 청화대 보고

-99년 3월: 실무 당정협의회 개최

-99년 6월: 정부 관련 부처 및 경찰, 자치경찰제 도입과 관련된 문제점에 대해 상호 입장 조율

-99년 8월: 자치경찰제 도입에 필요한 35개 제·개정 법령안 마련

-99년 9월: 국회 법안 통과 무산(당시 다음해인 2000년 정기국회시 다루기로 결정)

-2000년 1월부터 현재: 자치경찰제 제·개정 법령안 국회 미제출된 상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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