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

한국 전체노동자의 절반을 넘어선 ‘비정규직’이란 기간을 정하지 않고 전일제(Full-time)로 일하는 정규직 노동자와 대비되는 개념이다. 통계청은 고용계약 기간이 1개월∼1년 미만인 임시직과 1개월 미만인 일용직을 비정규직으로 규정한다. 그러나 노동계는 학습지 교사 등 특수고용노동자, 파견 등 간접고용노동자, 고용기간 1년 이상의 계약직까지 비정규직으로 본다. 비정규직이 최소한 1천만명은 넘을 것이라는 노동계의 주장은 그래서 설득력이 있다.

IMF사태 이후 금융·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상당수 정규직이 비정규직으로 대체된 것도 비정규직 양산의 한 원인이다. 지난 1998년 금융 구조조정 당시 은행들은 정규직 10∼20%를 정리해고한 뒤 대부분 계약직 형태로 재고용했다. 금융계뿐만 아니라 많은 직장들이 봉급을 삭감하면서 비슷하게 정규직을 하루 아침에 비정규직으로 추락시켰다.

비정규직은 주로 여성과 저학력층, 24세 이하 및 55세 이상을 중심으로 급속하게 확산되고 있는데 서비스직, 기능직 등 저숙련 직종에 집중돼 있다. 임금은 정규직의 72.1% 정도에 불과하고 근로기준법 등 노동법의 보호를 받지 못해 차별대우를 받고 있다. 무엇보다도 해고위협에 따른 고용불안에 떨고 있는게 가장 큰 문제점이다. 전문직·사무직도 ‘계약직’으로 내몰렸고 언제 실업자가 될지 모르는 신세에 처해 있다.

‘法 밖의 근로자’인 비정규직의 서러움과 공포는 월평균 80만원대의 봉급생활도 ‘싫으면 말고’라는 경영자의 위협이다. 흔히 하는 말로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야지, 중이 싫어한다고 절을 옮기겠느냐’는 것이다. 그러나 ‘억울하면 출세하라’는 사회는 오래 가지 못한다. ‘하자는 대로 따라오면 된다’는 기업은 예전에도 있었다. 그러한 경영자가 기업을 망치고 근로자를 굶주리게 한 사실을 과거는 물론 지금도 말해 주고 있다.

진정한 자본주의는 ‘나 벌어 나 먹는다’가 아니라 공유하는 것이다. 기업주가 근로자를 무시하고 경시하면 지진보다, 화산폭발보다 더 가공할 재앙을 자초한다. 사각지대에 살고 있는 비정규직, 그리고 일자리가 없는 실업자들 가슴은 용암과 같다. 수많은 기업들이 경영부실의 원인을 규명하지 않는 무책임한 짓을 계속 자행하고 있어 걱정이 된다.

/淸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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