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경기도 연극계가 표류하고 있는 상황은 매우 안타깝다. 경기도연극협회(한국연극협회 경기도지회)의 대표자가 당국에서 받은 지원금 일부를 유용했다고 하여 경기문화재단이 ‘예산지원 중단’이라는 초강수를 쓴 것은, 일견 이해는 가지만 너무 고압적이라는 생각과 함께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 지원금을 부적절하게 집행한 이유로 경기문화재단이 문화예술진흥지원금 운용관리 및 규정에 따라 3년간 지원자격을 상실했다고 경기도 연극협회에 통보한데 이어 설상가상으로 경기도청 청소년과도 그동안 지원해온 경기도 청소년연극제 지원금을 중단했다고 한다. 경기도연극협회 대표자가 고의든 실수든 협회 공금을 횡령했다는 것을 부인하거나 또 아니었다고 두둔하는 게 아니다. 다만 단체장이 실수했다고 해서 그 단체와 전체 단원이 피해를 입는다는 것은 장래적인 안목으로 볼 때 아쉬운 점이 많다는 판단이다.
단체장, 또는 대표 한 사람이 과오를 범한 것이지 전체 단원이 동조하거나 잘못한 것은 아니다. 대표자의 비리 의혹 때문에 문화재단 등의 지원금이 일절 중단된 경기도연극협회의 경우, 예산 지원이 끊기면 연례적으로 주관했던 전국 연극제 경기도대회, 경기도 아마추어 연극인대회, 경기종합예술제 중 경기연극제, 경기도 어린이연극제, 경기도 청소년연극제 등 많은 공연이 무산된다.
경기문화재단은 지역문화 활성화를 위한 지원금을 본래의 용도로 사용하지 않은 것은 대표자 개인문제 뿐만 아니라 조직체계상의 문제여서 지원금을 중단키로 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대표자의 개인비리로 인해 전체 회원 또는 단원이 모두 피해를 입는다면 곤란하다. 더구나 일개 단체에 국한되는 게 아니라 경기도, 나아가서는 한국의 연극발전을 생각할 때 경기도연극협회의 예산지원 중단은 재검토 됐으면 한다.
예술단체는 여타 단체와 다른 점이 많다. 대표의 일시적인 실수로 전체가 매도되어서는 안된다. 얼마 전 열린 예총경기도지회 총회에서도 연극협회 문제가 거론됐다. 대표자 한 사람의 문제로 전체가 희생되어서는 안되며 과거지사 때문에 예산지원을 안해 주겠다는 것은 지나친 처사라는데 뜻을 같이 했다. 예총경기도지회장도 경기도, 경기문화재단 등과 협의하여 경기도연극협회가 실의에 빠지지 않게 선처(?)토록 노력해보겠다고 공언했다.
예술문화단체들이 정부의 도움없이 큰 소리 치지 못하는 현실이 아쉽기는 하지만, 연극계 뿐만 아니라 다른 예술문화단체들도 ‘예술만 알고 행정은 모른다’는 말을 제발 듣지 않았으면 좋겠다.
/淸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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