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가톨릭은 서운하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오는 21일 오전 10시30분 로마 바티칸 교황청 성 베드로 광장에서 일반 공개 추기위원회를 소집, 44명의 새 추기경의 서임식을 진행한다. 1998년 이후 3년만에 열리는 새 추기경 서임식은 그 화려함만큼이나 전세계 가톨릭신자의 마음을 설레게 한다. 하지만 한국 가톨릭 교회는 지금 겉으로 내색을 못하지만 속으로는 서운함을 지우지 못하고 있다. 한국가톨릭의 위상을 상징하는 두번째 추기경의 탄생을 바라고 있었는데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지난 1월21일 37명의 새 추기경 명단을 발표한데 이어 28일 다시 5명의 추기경 명단을 추가 발표했다. 또 1998년 1월 임명한 22명의 추기경 가운데 정치·사회적 파장을 염려해 ‘가슴에 품고’발표하지 않았던 2명의 추기경도 함께 발표했다. 이로써 전세계 추기경은 추기위원회의가 열리는 2월 21일 현재 135명이 된다. 제2의 추기경 탄생을 기대했었으면서도 가톨릭의 특성상 교회 차원의 공식 언급은 일절 없다. 추기경을 새로 임명하는 것은 전적으로 교황의 권한이기 때문이다.

추기경(cardinal)은 라틴어 ‘돌쩌귀(카르도·cardo)’에 어원을 두고 있다. 가톨릭 교회에서 교황에 버금가는 권위와 명예를 누리는 최고위 성직자이다. 추기경은 우선 교황선거에 직접 참여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진다. 다만 80세 이하 추기경에 국한된 경우다. 또 추기경단을 구성해 교황이 소집하는 추기경회의에서 가톨릭 교회의 중요 문제를 논의하는 한편 바티칸 교황청을 비롯해 세계 곳곳에서 교황의 협조자요 보조자로서 사목활동을 수행한다.

한국 가톨릭은 1969년 4월30일 당시 47세이던 서울대교구장 김수환(스테파노) 대주교가 로마에서 추기경 서임을 받아 교회 창설 184년만에 최초로 추기경을 보유하게 됐다. 당시 국내 가톨릭 신자는 40여만명이었다.

30여년이 지난 한국 가톨릭은 430여만명의 신자를 보유하는 등 질과 양적인 면에서 엄청난 성장을 했다. 신자수만으로 따지더라도 필리핀에 이어 아시아 두번째이다. 세계적으로 9억 가톨릭 신자의 5%에 해당한다. 신자 40여만명 시절 김수환 추기경이 서임을 받았는데 신자가 430여만명인 오늘날도 추기경이 여전히 1명이라는 사실이 아닌게 아니라 서운하기는 하다.

/淸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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