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래시장을 살리자>안양 중앙시장

40년의 서민들의 삶을 간직하며 안양지역 경제의 잣대로 여겨졌던 안양시 만안구 안양4동 안양중앙시장.

그러나 지난 96년 유통시장의 전면개방이후 인근 대형할인점 등이 물밀듯 들어오면서 안양 중앙시장도 쇄락의 길을 걷고 있다.

1961년 안양중앙공설시장은 설립 당시에만도 283개의 점포들이 모여 중부권의 도매물류등 상권을 주도하자 80년대 중반부터 인근에 점포들이 늘어나면서 995개 점포와 300여개 노점들로 시장이 발디딜틈 없이 북적거렸다.

그러나 98년부터 불어닥친 경제난으로 인해 지금은 활황은 자취를 감추고 있다.

수도권 중부권에 재래시장이 활성화 된것은 조선시대에 한성(漢城)과 인접하고 경기도의 중심지역에 위치해 인근 농산물 등의 생산이 많아 일찍부터 시장이 발달했다.

1926년 시흥군 서이면 안양리 (현 안양시 만안구 안양1동)에 안양시장이 개설돼 매달 5일과 10일장으로 열렸으나 1960년대 안양우(牛)시장으로 변하면서 생필품 판매를 담당한 상인들이 안양4동으로 옮겨가면서 현재의 안양중앙시장을 형성하게 된다.

이러한 대규모 상권을 형성하고 있는 안양중앙시장도 IMF이후 불경기가 겹치고 대형 할인점의 입점 등으로 사상최대의 불황을 경험하고 있다.

이 시장에서 10여년을 장사해온 상인은 “호황을 누렸던 90년대 초 이전 매출의 10분의 1도 안되고 있다”고 한숨을 내뱉는다.

안양중앙시장 장용준 번영회장도 “안양지역에 대형 할인점이 속속 입점하고 시장 인근에 노점들이 둘러싸이면서 시장기능을 잃고 지금은 상인들이 떠나면서 공동화 현상까지 빚어지고 있다”고 말한다.

또 장회장은 “ 오후 4∼6시께는 시장을 많이 찾을 시간때인데도 주부들의 발걸음이 뜸해 시장분위가가 썰렁해 찾아오는 손님이 반갑게 여겨진다”고 토로한다.

안양중앙시장의 상권이 무너지면서 280여개의 점포들도 IMF를 견디지 못해 시장을 떠나 100여개 상가만이 시장의 명맥을 지키고 있고 주변의 노점들도 속속 문을 닫고 있어 ‘시장공동화 ’현상까지 빚어지고 있다.

시장을 찾은 주부 이미연씨(40·안양시 만안구 박달동)는 “재래시장을 찾으면 사람냄새를 맡을 수 있고 신선한 상품을 살 수 있어 좋았다”며 “그러나 지금은 대형 할인점등을 많이 찾고 편해 주부들의 발걸음 대형 할인점으로 가고 있어 재래시장의 풍속도를 찾아보기 어려워질 것 같다”고 말했다.

안양중앙시장은 오래전부터 시장현대화를 위한 준비를 해왔다.

그러나 시장허가를 받아 영업을 해온 상인들과 시장이 활성화되면서 유입된 상인들과 노점상들간에 이해관계가 얽혀 현대화 추진이 지지부진한 상태다.

시 관계자는 “재래시장의 현대화 추진을 위해서는 여러가지 방안을 모색하고 있으나 상인들간의 이해관계로 인해 어려운 실정이다”고 말한다.

▲시장활성화 방안

안양중앙시장 번영회는 4년전부터 대형 할인점과의 경쟁을 하기 위해 다양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특히 고객들의 편리한 쇼핑을 위해 현대화계획 등을 마련해보고 있지만 영세업체들이 재정부담등으로 인해 재건축이 어려운 실정이다.

이에 중앙시장측은 번영회를 중심으로 상품의 질적경쟁과 서비스수준을 높이기 위한 교육등을 펼치고 있지만 현재 인근 상권을 형성하고 있는 상인들의 참여가 미진해 이마저도 지지부진해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시(市)나 상인들은 재래시장 활성화를 위해서는 우선 쾌적한 시설이 마련돼야 한다는데 인식을 같이하고 있다.

그러나 상인들은 “대부분이 영세상인들이라 6%의 금리부담을 안고 시장구조개선에 나서기가 어려운 실정이다”며 “정책적으로 무이자를 통한 정책적 지원이 있어야 가능하다”고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을 호소한다.

장용준 번영회장은 “상인들의 의식구조 개편이 최우선시 돼야한다”며 “이제는 재래시장도 서비스와 상품의 질로 경쟁해 대형 할인점과의 싸움에서 우위를 점해야한다”고 강조한다.

이에 상인들도 “대형 할인점처럼 냉장처리해 오는 묵은 상품이 아니라 재래시장에 오면 신선한 상품을 살 수 있는 장점과 다양한 먹거리와 볼거리가 있어 고객들이 다시 재래시장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장용준 안양중앙시장 번영회장>

“시장의 본래의 기능은 소비자가 직접, 상품의 질적수준을 판단할 수 있고 매일 신선한 물건을 살 수 있다는 특징이 있어 대형 할인점과의 불균형만 해소된다면 다시 재래시장의 영광을 찾을 수 있다”

지난해 10월부터 안양중앙시장 번영회를 맡아 시장상인들의 결속과 재래시장의 활성화를 위해 온힘을 기울이고 있는 장용준회장(63).

소비자들의 발걸음을 다시 끌어모으기 위해 주차공간 확보와 시장환경 개선이 시급하다고 강조한다.

-재래시장의 위축의 가장 근본적인 요인은

▲96년 유통시장개방이후 재래시장이 쇄락의 길을 걷고 있다.

90년대 초만해도 중앙시장은 중부권 유통의 노른자위라고 불릴정도로 활황이어서 주변에 노점과 인근에 점포들이 많이 늘어났다.

그러나 대형 할인점과 시장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노점들과 늘어나는 점포로 인해 시장통행이 비좁아지고 소비자들의 발걸음이 줄어들어 지금은 중앙시장을 이끌어온 상인들도 떠나고 있다.

-재래시장 활성화 방안은

▲재래시장은 곧 서민경제이다.

재래시장이 쇄락하면 서민들도 힘들게 살고 있다는 것을 표현하고 있다.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방안이 나와야한다.

영세상인들에게 이자가 있는 건축부담금을 지원해준다고 하지만 이자를 부담하며 재래시장에서 장사할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농어촌 지원처럼 재래시장도 서민경제활성화 차원에서 무이자 지원 등의 정책적인 방안이 모색돼야 한다.

또 재래시장 등도 현대화 등을 통해 소비자들이 언제든지 편안히 쇼핑할 수 있도록 시설을 완비하고 상인들의 서비스 정신도 높여야 경쟁에서 이길 수 있다.

-상인들과 지역주민들에게 바라는 점은

▲시장은 할인매장처럼 갇혀있는 공간이 아니라 열려있는 공간에서 거래가 되는 장점이 있다.

곧 신선한 물건을 인테리어된 곳에서 보고 사는 것과 열려있는 공간에서 상품을 보는 것은 차이가 많다.

신선도를 측정하고 싸게 구입할 수 있는 곳이 재래시장이다.

이제는 재래시장도 변신을 거듭해 대형 할인점에서 실증을 느낀 소비자들의 발걸음을 재래시장으로 돌리게 해야한다.

/안양=유창재·홍성수기자 sshong@kg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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