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철을 앞두고 수도권 주택시장의 왜곡현상이 또 반복되고 있다. 한편에서는 미분양아파트가 남아도는데 다른 한편에선 물량부족으로 전세값이 속등하는 기형적 양상이 벌어지고 있다. IMF 사태를 겪으면서 한때 인하소동을 벌인 전세금이 99년 하반기에 오르기 시작하더니 IMF이후 최고치를 기록한 작년에 이어 올해도 전세물량 부족현상이 심화되고 있어 서민들의 주거안정이 위협당하지 않을까 염려스럽다.
최근 시장조사에 따르면 일산 분당 평촌 인천 등지 아파트 전세가격이 연초보다 500만∼2천만원 오른데다 매물부족 현상이 심화되면서 중소형 아파트 등 일부 평형은 아예 매물을 구할 수 없는 상태다.
산본·일산지역 24평형의 경우 1천만∼2천만원 오른 8천만원에 거래되고 있으나 이미 매물이 동난 상태고, 일산의 32평형과 분당의 25평형도 1억∼1억1천만원으로 1천만∼2천만원이 올랐지만 물건을 찾기 힘든 품귀현상을 빚고 있다.
이처럼 이사철을 앞두고 신도시 지역의 전세물이 모자라 서민들이 허둥대고 있는 상황인데도 미분양아파트가 경기·인천지역에만도 1만5천여가구에 이르고 있으니 주택시장의 왜곡치고는 너무나 뒤틀린 기현상이 아닐 수 없다. 이같이 수도권 전체의 미분양아파트가 남아 도는데 일부 지역에선 전세물량 부족으로 전세금이 급등하는 것은 한마디로 지역적 수급 부조화가 빚어낸 현상이다.
우선 수도권으로의 계속되는 인구유입과 저밀도 아파트의 재건축 사업으로 늘어난 전세수요가 서울과 가깝고 비교적 주거환경이 좋은 신도시로 몰려 물량부족 현상을 빚게 했다고 볼 수 있다. 그동안의 주택정책이 질보다는 양적인 공급에 치중한 탓에 주거환경이 상대적으로 열악한 지역 아파트가 급증한 전세수요를 흡수하지 못한 결과다. 이와함께 정부가 소형주택 건설 의무비율을 폐지한 것도 저소득층 전세물 부족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본다.
따라서 당국은 전세값 안정을 위해선 공공임대 아파트 공급에 주력하고 무엇보다 물량위주의 주택공급을 탈피, 수요자가 찾는 양질의 주택을 공급하는 과감한 정책전환이 필요하다. 정부는 차제에 미분양아파트의 공공임대화는 물론 주택건설 업자의 소형 평수 의무건설 규정을 되살리는 문제도 신중히 검토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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