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부의 물가정책이 각 부처마다 달라 헷갈리고 있다. 행자부와 환경부가 각종 지방 공공요금의 현실화를 강력히 추진하고 있는 반면 물가 주무 당국인 재경부는 물가안정을 위해 공공요금 인상을 억제토록 지방자치단체에 요구하고 있어 일선 지자체들이 혼선을 빚고 있다. 국민의 정부가 물가정책을 100대 과제로 선정했으면서도 임시 방편적인 단기처방에 치우친 나머지 각 부처간 서로 앞뒤가 맞지않고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내는 등 혼란과 난맥상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당초 정부가 행정서비스 요금을 비롯 상수도 요금과 쓰레기 봉투값 등 지방 공공요금을 연차적으로 현실화 하기로 한 것은 지방재정을 개선하기 위한 조치였을 것이다. 그러나 올들어 연초부터 물가 오름세가 심상치 않자 각 부처별로 추진했던 공공요금현실화 작업에 제동을 걸고 인상을 억제토록 함으로써 갈팡질팡하는 행태를 보여주고 있다.
이 때문에 이미 공공요금 중 일부 종목을 인상했거나 인상작업을 벌이던 지자체들이 큰 혼란에 빠져있다. 특히 환경부가 2003년까지 100%현실화를 추진한 쓰레기 봉투값은 이미 수원시 등이 20∼117%까지 인상했고, 상하수도 요금도 안양시 등 일부 지자체가 42∼100까지 올려 주민들의 강력한 반발에 부딪히고 있다. 이같은 현상은 현실성을 외면한 환경부 등 각 부처의 지침을 일선 지자체가 세입증대의 안일한 방편으로 이를 따른 결과다.
정부가 애당초 종합적인 물가정책과 원칙을 세우고 각 부처에 이 원칙을 따르도록 조정했더라면 이같은 일은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이처럼 물가에 대한 정부의 종합대책이 확고하지 않았기 때문에 한국은행은 지난해 공공요금 인상률이 7.09%에 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보다 3배나 높았다고 분석했다. 문제는 공공요금이 오르면 개인서비스요금도 덩달아 들먹거리게 된다는 점이다.
물론 공공요금도 인상요인이 생기면 당연히 값을 올려야 한다. 더군다나 지자체의 어려운 재정이 불황때문에 더 위축되고 세수를 증대 시킬 수 없다면 공공요금에 눈을 돌리게 될 것이다. 그러나 공공요금 현실화에는 반드시 공기업 스스로가 경영혁신을 통해 인상요인을 자체 흡수하는 것이 앞서야 한다. 각 부처와 지자체가 이런 현실을 외면한 채 안일한 자세로 국민에게 부담을 줄 공공요금 현실화에만 급급해선 안된다. 당국은 사회적 안정을 위해서도 공공요금을 올리는데는 신중을 기하도록 물가정책의 중심을 잡아 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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