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자치 ‘선거조직’인가

국회에 제출한 행정자치부의 자료를 통해 밝혀진 주민자치위원회의 ‘비자치적’구성은 구태를 여전히 벗어나지 못해 개탄스럽기 짝이 없다. 읍·면·동장과 기초단체장의 사조직이나 다름 없는 주민자치위가 과연 필요한가라는 무용론까지 제기될 정도다.

현 정부가 100대 과제 중 하나로 추진한 주민자치위는 전국 읍·면·동의 행정기능을 점차 축소하면서 주민자치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구성한 것이다. 그러나 당초 취지와는 달리 기초자치단체장이나 지방의원 또는 읍·면·동장의 친위조직으로 변질된다면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행정자치부가 지난 6일 국회 행정자치위원회에 제출한 2000년도말 기준 ‘주민자치위원 경력별 구성’자료에서 자치위원 절대다수가 소위 관변단체의 전·현직 관계자 또는 전직 동장, 전·현직 통장, 기초의원 등인 것으로 드러난 것이다.

지역에 따라 주민복지위원회 등의 명칭으로 불리기도 하는 주민자치위는 지난해 1월 행자부의 ‘주민자치센터 설치 및 운영조례 준칙’에 따라 설치가 시작돼 현재 94%가 구성을 마쳤고 31개 읍·면이 우선 시범실시되고 있는 상태다. 읍·면·동장의 위촉에 의해 15∼25인으로 구성되는 무보수 명예직인 주민자치위원회가 문제시 되고 있는 이유는 위원들이 읍·면·동장 및 기초 단체장과의 인적·정치적 관계 위주로 구성됐기 때문이다. 특히 내년 지방선거를 앞둔 시점이어서 주민자치활동 강화 등 주업무보다는 선거조직화할 우려가 더욱 깊은 것이다.

더구나 자치위 위원장이나 고문이 대부분이 전·현직 지방의원이어서 사전선거 운동 개입이 용이해진 점도 논란을 불러 일으키기에 충분하다. 행자부 운영조례는 ‘주민 각계각층의 의사가 반영될 수 있도록 균형있게 위촉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나 권고 사항에 불과하다. 따라서 지난해 12월 국회 행자위를 통과해 현재 법사위원회에서 심의중인 지방자치법개정안에 공정한 구성원칙을 명문화하고 자치법 개정안 통과후 대통령령으로 인선기준을 구체화해야 한다.

특히 공직선거법을 개정, 주민자치위가 선거에 개입할 수 없도록 명확을 기해야 할 것이다. 기초 단체장이 ‘내 사람 심기’에 치중하고 있는 주민자치위 구성에 대한 전반적인 재점검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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