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주위에는 남의 불행을 즐기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은것 같다. ‘남의 불행은 나의행복’이라는 ‘해괴’한 말도 있다. 하지만 알고 보면 해괴한 것도 아니다. 아닌게 아니라 나에게는 좋은‘기회’가 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가상의 경우이지만 국회의원 한 사람이 비행기 추락사고로 횡사했다면 ‘ 남의 불행’은 나의 도약이 될 수도 있다. 고인이 된 국회의원과의 선거에서 근소한 차이로 낙선한 사람에게는 다시 도전할 수 있는 기회가 올 것이다. 고인이 전국구의원이라면 더욱 좋다. 대기자가 국회의원직을 자연적으로 승계하게 된다. 어디 국회의원뿐이겠는가. 모든 조직이 다 그러하다. 가까운 우리 역사에서도 타인의 불행을 나의 발판으로 삼은 사례는 얼마든지 있다. 승진서열이 치열한 직장에서 경쟁자가 불의의 사고를 당하면 자기 차례가 빨라질 것이다. 비정한 가상이지만 사실이 그러한 세상이다.
타인의 과거지사를 이해상관도 별로 없이 술자리에서 안주로 삼는 입 가벼운 사람들도 많다. 자신은 전지전능하신지 자리에 없는 타인에 대한 인물평을 하는 사람들도 꽤 많다.
얼마 전 수원시장이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되자 갑자기 인물 평론가들이 늘어났다. 수원시민들은 “ 그렇게 될 줄 았았다 ”고 비난하는 사람과 “ 절대 그럴 리 없다 ”고 옹호하는 사람들로 나뉘어졌다. 인터넷 수원시청 홈페이지에는 연일 시장 관련 글이 봇물이 이룬다. “ 시장월급도 안받는 걸로 아는데 뭐가 아쉬워 돈을 받겠느냐 ”는 내용이 있는가 하면 “ 왜 뇌물은 드셔가지구 수원 망신 시키느냐 ”는 글도 있다.
앞으로 재판결과에서 나타나겠지만 수원시장은 ‘사필귀정(事必歸正)’이라는 말을 남기고 수감됐다고 한다. 박종진 광주군수, 이성환 과천시장, 송진섭 전 안산시장, 이석용 전 안양시장 등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됐던 지방자치단체장들이 증거부족 등의 이유로 대법원의 무죄확정 판결을 받았고 14일에도 뇌물수수혐의로 기소된 김일수 전 화성군수가 서울고법으로부터 무죄선고를 받았다. 무죄판결은 받았지만 그동안 받은 수모와 비난과 짓밟힌 인격은 누가 대변하며 어떻게 보상받을 수 있는가.이들 시장·군수들도 구속전후에는 수원시장처럼 주민들이 엇갈린 반응을 보였을 것이다. 무죄 판결은 받았다고 하지만 그야말로 상처뿐인 결백이다.아마 무죄를 모르는 사람들도 많을 게다. 뇌물수수가 사실이라면 ‘가면 쓴 두 얼굴’이지만 수원시장의 경우도 그의 말처럼 ‘사필귀정’이었으면 좋겠다. 세상사란 것이 원래 잔혹한 면이 더 많은 모양이다.
/淸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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