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마운 물

지난 1999년 2월 스위스 제네바에서 세계 100여개국 대표가 모인 가운데 ‘물부족 대책 국제회의’가 열렸었다. 아브제이드 의장은 “아프리카·중동 등지에서 3억명이 심각한 물부족을 겪고 있다”며 “2050년에는 10억∼24억명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세계은행도 20세기 국가 분쟁의 원인이 ‘석유’라면 21세기는 ‘물’이 될것이라고

지적했다.이 ‘물부족 우려’는 아프리카·중동 이야기만이 아니다. 한국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이미 유엔 산하 국제인구행동연구소(PAI)가 한국을 ‘물부족 국가군’으로 분류한 바 있다. 우리 정부도 2004년부터 물부족 현상이 나타나 2011년에는 연간 20억t이 모자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불과 5년 후인 2006년에는 연간 4억t의 물이 부족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같은 ‘물부족 사태’를 막기 위해 정부는 물절약과 함께 해수의 담수화,인공강우, 중수도(中水道) 등 대체 수자원 개발 사업을 진행중이다.

바닷물의 염분을 제거해 민물로 만드는 ‘해수의 담수화’는 국내에서도 전남 홍도, 경남 진해 등 40여곳에 시설이 있다. 인위적으로 구름씨(cloud seed)를 뿌려 비를 내리게 하는 ‘인공강우’는 1946년 미국에서 처음 실시했는데 국내에서는 1963년 양인기박사 이후 30여년간 중단됐다가 1995년부터 수자원공사가 주축이 돼 다시 착수했다.

한번 쓰고 난 물을 깨끗하게 해서 허드렛물로 다시 쓰는 ‘중수도’는 일종의 ‘자원재활용’이다. 중수도는 수원 삼성전자, 서울 롯데월드 등 대형건물들을 중심으로 일반화되고 있다.

정부는 현재 선진국의 40% 수준인 수자원 기술수준을 2010년까지 80% 이상으로 개선하는 한편 기술격차를 5년 이내로 줄인다는 계획이다. 수자원 기술수준을 높이는 것은 물론 중요하다. 그러나 가장 기본은 물을 아끼는 생활습관이다. 물 절약이야말로 댐 건설보다 효과적인 대책이라는 인식이 확산돼야 한다. 그리고 수질보호다. 지금 이 지구상에서 더러운 물로 죽어가는 어린이의 수가 5천명에 이른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죽어가는 하천을 살리는 일은 사람의 피를 맑게 하는 일과 마찬가지다.

마실 물이 없는 상황은 상상만해도 숨이 막힌다. 물 문제는 우리를 위협하는 시한폭탄과 같은 것이다. 3월22일, 오늘은 ‘세계 물의 날’이다. 물이 사람은 물론 모든 생물의 생명임을 재삼 인식하는 날이다.고마운 물을 주는 자연에 감사하는 날이기도 하다.

/淸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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