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간에 “은행이 물건을 잡고 고리(高利)로 돈을 빌려 주는 ‘전당포’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비난이 쏟아져 나온다. 올 들어 전세값 폭등으로 서민가계의 주름살이 깊어지고 있는 판국에 은행들이 주택담보 대출자들만 우대하고 담보없이 신용으로 돈을 빌리는 서민들에게는 고금리를 물려 이중고를 겪게 하기 때문에 떠다니는 말들이다.
무주택자들은 신용대출을 받기 위해 보증인은 물론 신용카드 가입, ‘꺾기(구속성예금)’등을 강요하는 은행들의 횡포(?)를 거절할 수가 도저히 없다. 연체기록이 없고 신용도가 높은 고객이라도 아파트 등 그럴 듯한 담보물을 제공하지 않으면 고금리의 올가미에서 헤어나오지 못한다.
요즘 시중금리의 하락에도 불구하고 은행권이 적용하는 신용대출금리는 일반 회사원을 기준으로 연11∼12%에 달한다. 대출금 한도내에서 수시로 입·출금할 수 있는 마이너스 통장의 경우는 최고 연11.5∼13%의 금리를 적용하고 있다. 그런데 신용대출자들에게 적용하는 금리는 1년전에 비해 거의 변동이 없다. 집 없는 서민들은 최근의 초저금리 혜택을 전혀 입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주택을 소유한 가계에 빌려주는 담보대출금리는 3월 들어 사실상 연6.7∼7.2%까지 인하됐다. 거기다가 은행들은 주택담보대출자들에게는 고객확보 차원에서 담보설정비와 인지대 등 각종 수수료까지 면제해주는 파격적인 대우를 해주고 있다.
주택담보대출의 경우 국제결제은행(BIS)기준 자기자본 비율의 위험가중치가 50%에 불과하지만 신용대출은 100%에 달해 금리격차가 벌어질 수 밖에 없다는 게 은행측의 말이다. 하지만 이러한 것은 은행들이 신용대출에 대한 위험관리 부담을 서민들에게 고스란히 떠넘기는 것이어서 집 없는 서민들은 이래 저래 더욱 서럽다.
그렇다고 은행에서 신용대출 받는 일이 쉬운 일도 아니다. 신용대출 받기란 하늘의 별 따기다. 오죽하면 패가망신 당할줄 알면서도 사채를 쓰겠는가.
물론 은행은 이익을 남겨야 하는 곳이다. 대출 안받으면 될 거 아니냐는 고약한 은행도 있다고 하니 실은 따질 일도 못된다. 하지만 적어도 돈 놓고 돈 먹는다는 식의 비난은 듣지 말아야 한다. 은행은 ‘ 일반인의 예금을 맡고 그것을 기업 등에 대부하거나 어음 할인 등을 해주는 금융기관임 ’을 잊었는지 돈 급한 사람들의 시계나 금반지를 잡는 옛날의 전당포처럼 돼 가는 것 같아 참 씁쓸하다.
/淸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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