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고질적 관행 왜 못고치나

경찰 공직사회의 못된 관행이 아직도 개선되지 않고 있다. 공직중에서도 그 조직의 특성상 구성원의 기강과 사기가 무엇보다도 중요한 일선 경찰서가 예산은 한푼도 지원하지 않은 채 관내 파출소 내외의 시설개보수 등 환경정비를 지시하는 행태가 여전해 민폐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부천중부경찰서의 경우 얼마전 새로 부임한 서장이 일선 파출소에 환경정비를 지시하면서 그 비용을 파출소 운영비에서 쓰든지 다른 방법으로 충당하고 말썽이 나면 파출소장이 책임지라고 했다니 파출소직원들로서는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월 200만원 남짓한 파출소 운영비로는 직원 급식비나 여비·공공요금 등의 지출로 여유가 없음을 뻔히 알면서도 이같은 지시를 내린 것은 유지들에게 손을 벌리거나 부정을 저지르라는 것과 같다는 일선 경찰관들의 항변을 들을 만도 하다.

이런 사례는 비단 부천중부경찰서만의 일이 아니라 전국적인 현상일 것이다. 만일 경찰관들이 파출소 환경정비 비용을 핑계로 지역유지나 업소들에게 찬조금 협조를 구하는 일이 잦게되면 민폐를 끼칠 우려가 있고, 여기에 비리가 끼어들 소지도 없지않아 있게될 것이다. 사회공공유지자로서의 경찰권을 바르게 행사하기도 어려울 것이며, 공정성을 잃은 경찰권은 국민의 불신을 받게 될 것이다.

물론 경찰관계자는 비예산사업으로 환경정비를 하라고 했다고 하나 파출소내 바닥 타일 공사와 책걸상 교체·창문 커튼설치 그리고 파출소앞 콘크리 포장공사 등 어느것 하나 돈 안들이고 할 수 있는 것은 없다. 일부 파출소에서는 소요경비 400만∼500만원을 파출소장이 충당했다고 하니 그 돈이 어디서 나왔는지 궁금하다.

일선 공무원들의 기강확립과 비리척결은 공직사회가 풀어야 할 절실한 과제다. 그러나 과거에도 그랬듯이 공무원들이 직무에 전념할 수 있도록 그들의 처우와 근무환경을 개선하지 않는 한 공직쇄신은 공염불에 그치게 마련이다. 국영 기업체에 비해 형편없이 낮은 보수와 비현실적인 사무실 운영비 그리고 자금지원 없는 예산사업지시 등 부정 비리를 유발할 수 있는 원인을 개선하지 않은 채 공직쇄신만을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당국은 이제 비뚤어진 경찰위상을 바로 세우고 치안유지자로서의 직분에 충실할 수 있도록 고질적인 묵은 관행들을 속히 고쳐나가야 할 것이다.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