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 대통령들

루마니아 대통령 차우셰스쿠가 1989년12월 민중혁명에 의해 철권통치의 종말을 고해 처형됐다. 부쿠레슈티 시민공원 한 귀퉁이에 있는 그의 무덤은 잡초만이 우거져 생전의 영화가 덧없음을 말해 준다. 차우셰스쿠를 군사재판에 넘겨 전격적으로 사형시킨 현 대통령 일리에스쿠는 차우셰스쿠 밑에서 이념담당 책임자로 일했다.

또 국제전범재판소에 기소된 전유고 대통령 밀로셰비치는 자신이 먹은 밥그릇을 씻고 감방청소도 직접하는 교도소 생활을 하고 있다. 대통령 재임시엔 최고급의 아바나 시가를 즐겼던 그가 지금은 최하급의 드리나 담배를 피울수 밖에 없어 권력의 무상함을 보여준다. 며칠전 어느 신문외신은 유고국민들은 술자리에서 밀로셰비치의 전락을 소재로 하는 농담을 즐기며 그를 조롱하고 있다고 전했다. 외국은행에 270만달러를 은닉한 것으로 알려진 밀로셰비치는 망명을 시도했으나 좌절됐다.

인도네시아는 수하르토 대통령이 독재와 부정축재로 국민의 지탄을 받고 하야, 사법처리가 진행중인 가운데 새로 대통령이 된 와히드 마저 거액의 공금을 횡령한 재정추문에 휘말려 의회가 탄핵을 서둘고 있다. 메가와티 부통령은 대통령직 승계를 공공연하게 요구하고 있는 실정이다.

역시 민중시위 끝에 하야한 조셉 에스트라다 전필리핀 대통령은 부패혐의로 수감 중이다. 엊그제 특별법원에 보석을 신청했다. 에스트라다 또한 대통령 재임당시의 권위는 간곳없고 파렴치범으로 전락했다.

근래 있었던 외국대통령들의 비참한 말로가 이런 가운데 돋보인 대통령도 있다. 남아공 대통령 타보 음배키는 최근 13%의 연봉(69만9천랜드·1억1천만원)인상을 거부했다. 공공부문 노조가 요구한 7.3% 임금인상안을 4%로 깎아내린 음배키는 자신의 봉급을 동결하는 것으로 고통분담의 시범을 보인것이다.

일국의 대통령은 권력의 정상이다. 정상에서 지탄의 대상이 돼 땅에 추락하는 대통령이 있는가 하면 계속 존경을 받는 대통령도 있다. 주목할 현상은 추락한 대통령도 처음에는 잘했다는 사실이다. 정상의 자리에 있으면 초심을 유지하기가 그만큼 어려운 모양이다.

/白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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