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생태계의 보고(寶庫)인 광릉숲. 우리나라 최고의 생물종 다양성을 자랑하는 광릉숲이 각종 개발로 훼손되며 몸살을 앓고 있다.
산림청과 경기도는 후손들의 재산인 광릉숲을 보전하기 위해‘수목원 조성 및 진흥에 관한 법률’을 제정했다. 그러나 이‘법률을 통해 지정토록 돼 있는 완충구역으로 놓고 산림청, 도, 주민들이 갈등을 빚고 있다.
산림청과 도는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하겠지만 현재 광릉숲 외에 추가로 더 지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주민들은 광릉숲의 훼손이 정부와 도에 의해 이뤄졌는데 이제와 규제지역을 확대, 주민들의 재산권 행사를 제한하겠다는 것은 행정편의주의적 발상이라며 맞서고 있다.
◇광릉숲 파괴 및 ‘수목원 조성 및 진흥에 관한 법률’제정
600여년전 조선 7대 임금인 세조(世祖)의 능인 광릉(廣陵)이 들어서면서 국가차원의 관리가 이뤄진 광릉숲. 일제하인 지난 13년 임업시험지와 시험묘포장이 설치됐고 지난 87년에는 국립수목원(당시 광릉수목원)이 들어선 국내 최대의 숲이다.
포천군 소흘읍과 남양주 진접읍, 의정부 민락동 등 3개 시·군으로 이뤄진 광릉숲은 그 면적만도 2천400㏊에 달한다.
그러나 이 광릉숲이 87년이후 관광객 유치를 위해 개통된 숲 관통 도로로 지나는 차량들의 매연과 소음, 이용객의 폭발적 증가, 광릉숲 주변지역의 난개발 등으로 광릉숲의 자연생태계가 훼손되기 시작했다.
이 때문에 다양한 생물종들의 서식처가 파괴되고 수질이 오염되면서 곤충류‘노린재목’의 경우 100종이 서식했던 것이 지난 94∼95년 조사시에는 43종으로 56종이 미발견되는 등 종이 급격하게 감소하고 있다. 또 ‘나비목’도 1천174종이 발견돼 타 지역에 비해 풍부했으나 상당수 종이 감소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지난 1850년대 심어진 수령 150년 이상된 전나무가 496그루가 있었으나 이중 152그루는 고사하고 지금은 344그루만이 수간주사 등으로 근근이 생명을 유지하고 있다.
산림청과 경기도는 광릉숲이 이처럼 훼손되자 이를 방지하기 위해 수목원 외에 완충구역을 지정하는‘수목원 조성 및 진흥에 관한 법률’을 지난달 28일 공포, 오는 9월 29일부터 시행하기로 했다.
또 광릉숲을 관통하던 국가지원지방도 86호선중 포천군 소흘읍직동리∼부평리 봉선사 5㎞ 구간도 폐쇄하고 포천군 소흘읍 이동교리∼내촌면 진목리 왕복4차선 7.9㎞의 우회도로를 내년초 착공할 계획이다.
◇완충구역 지정을 놓고 산림청, 도, 주민 이견차
산림청은 오는 9월 시행될 수목원 조성 및 진흥에 관한 법 시행령 및 시행규칙 제정에 따른 ‘완충구역’지정을 놓고 최근 의견수렴에 들어갔다.
완충구역 지정은 지난 96년 국무총리실에서 지침형식으로 시달했던 광릉숲 주변지역의 588㏊인 완충지역이 법적 근거가 없자 이를 이번 법률에 규정하겠다는 것.
산림청은 이를 위해 지난달 경기도에 의견수렴 공문을 보냈고 주민의견수렴 절차를 거치고 있다.
그러나 완충구역 지정에 대해 경기도가 현재 광릉숲과 국무총리실에서 지침으로 운영되던 완충지역외에 ‘특별관리구역’으로 지정했던 지역까지 포함시키려고 하자 주민들이 반발, 마찰이 일고 있다.
특별관리구역은 도가 광릉숲 주변지역의 농지 및 임야에 카페, 러브호텔 등이 들어서는 등 난개발이 이뤄지자 올초 광릉숲과 완충지역외에 2천858㏊를 건축규제대상으로 묶은 곳.
도는 최근 이 지역내 건축법상 건축허가권한을 회수하면서 특별관리지역을 해제한 상태다.
도는 산림청의 완충구역 지정과 관련, ‘주민들의 의견수렴을 통해 지정할 것’이란 원칙적인 입장만 산림청에 제시하되 국무총리실에서 지정했던 완충지역(588㏊)와 특별관리권역중 그린벨트, 자연임지, 군사시설보호구역, 도시계획구역을 제외한 182㏊를 포함시켜 줄 것을 건의할 방침이다.
도 제2청 관계자는 “훼손되는 광릉숲 보전을 위해서는 국무총리실에서 지정한 완충지역과 함께 추가로 일부 지역을 지정, 770㏊정도를 완충구역으로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해당 지역 주민들이 특별관리구역 2천858㏊전체를 완충구역으로 지정하려고 하는 것은 잘못 오인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주민들은 반발하고 있다.
광릉숲보전주민대책협의회는 최근 진정서를 통해 “광릉숲은 보전되야 하고 보호돼야 한다”고 전제한 뒤 “현재 정부와 도의 규제강화가 수목원을 보호할 수 있을 지 의문시된다”고 지적했다.
협의회는 “광릉숲 환경파괴의 주범은 정부와 수목원”이라며 “정부가 88올림픽을 개최하며 외국관광객을 끌어 모은다고 광릉숲 관통도로를 개설해 환경파괴를 자초해 놓았고 수목원은 산림해충은 발제하기 위해 살충제를 무차별 살포, 곤충과 벌레들이 사라져 먹이사슬이 끊기는 바람에 조류와 곤충들이 떠나고 사라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수목원은 임도를 개설한다며 각종 중장비를 동원하고 앰프 등의 사용으로 소음으로 곤충과 조류들이 떠나는 파괴를 자초해 놓고 이제와 완충구역을 지정해 주민들의 재산권 행사를 규제하겠다고 나서고 있다”며 “숲도 살리고 주민들도 살리는 정책을 펴라”고 경고했다.
협의회는 이에 따라 “도가 특별관리구역중 개별법으로 규제받는 지역외를 완충구역으로 지정해 달라는 것은 특별관리구역 전체를 묶겠다는 의도와 같다”며 “광릉숲만 엄격히 제한하라”고 주장했다.
/유재명기자 jmyoo@kgib.co.kr
<미니박스-광릉숲은 자연생태계의 보고>미니박스-광릉숲은>
광릉숲보존협회는 지난해 5월부터 12월까지 포천군 소흘읍과 남양주 진접읍에 걸쳐 있는 산림청 소유 시험림 2천240㏊의 ‘광릉숲’에 대한 자연생태계 실태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광릉숲에는 우리나라 최고의 생물 다양성을 갖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우선 광릉숲에 천연기념물인 크낙새(197호)와 팔색조(204호) 등 157종의 조류가 서식하고 있다. 국내 조류 304종의 40%에 이르는 것이다.
특히 설악산 105종과 지리산 95종 등과 비교할 때 좁은 면적에 다양한 조류가 밀집 서식하고 있음을 반증하고 있다.
또 식물도 희귀 및 멸종위기종인 ‘광릉요강꽃’과 14종의 특산식물 등 모두 983종에 이르고 있다.
이밖에 포유류는 천연기념물인 하늘다람쥐(328호) 등 27종으로 28종의 소백산과 24종의 지리산에 비해 손색이 없으며 곤충류도 천연기념물인 장수하늘소(75호) 등 모두 2천384종이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유재명기자 jmyoo@kg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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