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교부가 훼손위기의 용인 죽전택지 지구내 대지산 일대 8만5천평을 공원과 녹지로 조성키로한 것은 주민들과 환경단체의 환경보전 의지가 관철됐다는 점 말고도 여러 측면에서 그 의미가 각별하다. 우선 환경단체의 1년밖에 안된 내셔널 트러스트(NT)운동이 최초로 정부의 환경보전 결정을 이끌어낸 상징성이 그렇고 정부가 토지수용까지 끝내고도 NT운동에 승복, 개발을 중단한 것 또한 이례적인 일이다.
건교부가 보전결정을 내린 곳은 지난 98년 택지개발사업지구로 지정된 후 지난해 7월 소유주들이 조상 대대로 물려받은 울창한 산림을 훼손할 수 없다며 그린벨트로 지정해줄 것을 청원하고 시민연대가 보전을 요구하며 땅 매입(NT)운동을 벌였던 곳이다. 그러나 토지공사가 토지를 강제수용해 개발이 본격화되자 환경단체가 ‘나무위 시위’와 ‘금줄치기’운동으로 맞서 결국 대지산 숲을 살리게된 것은 끈질긴 시민의지가 거둬올린 쾌거다.
본란은 이미 주말이면 인근 주민 2천여명이 즐겨찾는 대지산 일대를 건교부가 택지개발지구로 지정한 자체가 애시당초 잘못이었음을 지적한 바 있다. 이곳마저 아파트숲으로 변모한다면 이 일대 녹지는 모두 사라지게될 것은 뻔한 일이기 때문이었다. 따라서 주민들의 NT운동은 최소한의 생활환경을 지키려는 자구행위였다고 할 수 있다. 이제 대지산 살리기 NT운동이 처음 성공함으로써 수도권을 중심으로 전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난개발에 제동을 거는 효과와 함께 주민들의 환경보전 의식도 크게 높아지게 될 것으로 우리는 기대한다.
그동안 환경단체와 언론 등에서 난개발에 대한 비판이 수없이 제기됐지만 눈앞의 개발이익에만 매달린 지자체·토지공사 등 관계당국의 단견과 아집 때문에 별다른 효과를 거두지 못한 점에 비추어 자기 고장 환경을 지키려는 주민과 환경단체의 보전의지와 실천력은 높이 평가되어야 한다.
정부와 지자체의 관리아래 있지 않으면서 보존가치가 있는 생태지역·우수경관지역·문화 유적지역을 사들이거나 기증받아 국민이 공유할 수 있는 재산으로 만드는 NT운동은 이미 1895년 시작된 영국에서 가장 성공한 환경 문화보존 운동으로 자리잡았다. 한국NT운동은 아직 걸음마 단계지만 앞으로 다음 세대를 위한 공유물을 확보한다는 차원에서 국민들의 관심속에 활발히 번져나가야 할 것이다. 정부도 이번 일을 교훈으로 개발일변도에서 벗어나 환경보전을 먼저 생각하는 정책방향 전환의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