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뭄대책 있나 없나

극심한 봄가뭄이 두달 넘게 계속되고 있다. 한탄강의 수량이 급감하면서 동두천 등 일부 도시에 수돗물 공급이 끊겼고 도내 저수지의 평균 저수율이 뚝 떨어져 바닥을 보이면서 농촌에서는 모내기에 차질을 빚고 있으며 밭작물도 타들어 가고 있다. 어제 오후 일부 지역에 비가 왔다고는 하지만 해갈은 커녕 잠시 흙먼지를 잠재우기에도 부족했다. 이번 가뭄은 지난 3월 12일 건조주의보가 내려진 이후 벌써 예고된 것이었다. 본란은 이미 올봄 가뭄피해가 심상치 않음을 지적하고 가뭄대책의 시급성을 일깨운 바 있다. 그런데도 당국은 그동안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답답하기만 하다.

올해 들어 4∼5월 중부지방에 내린 강우량은 수원 38.6mm 한탄강 일대 17.3mm로 예년 평균의 20%에도 못미치고 있다. 이로 인해 연천군 청산면 대전리 동두천 취수장 가동이 중단되면서 수돗물 공급이 끊겼으며 모내기가 한창이어야 할 농촌에서는 못자리가 말라붙고 마늘 배추 옥수수 등 밭작물 피해가 늘어나는 등 심한 고통을 겪고 있다. 기상청은 올 봄 중국 화북지방으로부터 유입된 건조한 공기의 영향으로 비롯된 가뭄이 내달초 까지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어 농가피해가 날로 커질 것이 염려스럽다.

걸핏하면 겪어야 하는 봄가뭄을 예견하고 이에 충분한 대비책을 마련했어야 할 지방자치단체들이 속수무책으로 있으니 이들이 왜 존재하는지 알 수 없다. 그렇지 않아도 지난해 환경부가 지방자치단체의 물관리 행정을 평가한 결과 도내 지자체들이 110점 만점에 평균 평점 56.9로 낙제점을 받았다. 경기도 역시 57.3점을 받아 16개 시·도중 11위를 기록, 도민들의 질타를 받은 바 있다. 그런데도 아직까지 정신을 못차리고 있으니 말문이 막힌다. 한심스럽기는 중앙부처도 마찬가지다. 가뭄 두달끝에 그 심각성을 깨달았는지 15일에야 겨우 경기·인천지역을 중심으로 가뭄대책상황실을 설치하는 등 뒤늦게 허둥지둥 호들갑을 떠는 것이 괘씸하기만 하다.

이제 농림당국은 물론 경기도와 일선 시·군은 비상인력을 최대한 가동시켜 용수확보에 총력적으로 나서야 한다. 우물·관정 등 용수원 개발에 힘쓰고 양수기와 전동기 등 한해대책 장비도 총동원해야 한다. 물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하늘만 쳐다보고 있어서야 어디 정부라고 할 수 있겠는가. 지금이라도 가뭄피해를 최대한 줄이기 위해 정부차원의 비상대책을 시급히 가동시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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