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아프리카 가나의 한 축구장에서 극성팬들과 경찰의 충돌로 120여명이 숨졌다는 외신이 있었다. 축구의 본고장인 유럽과 남미에서만 극성인줄 알았던 축구장 난동꾼 ‘훌리건’이 이제는 제3세계에도 확산되었음을 증명하는 사건이다.
1890년 ‘거리의 부랑아’라는 뜻으로 처음 등장한‘훌리건(hooligan)’이란 용어는 원래 폭력단, 깡패, 패거리 등을 뜻하지만 축구와 관련해서는 폭력을 일삼는 광적인 축구팬을 말한다. 1970년대 중반부터는 ‘극성축구팬’‘난동꾼’이라는 의미로 사용되기 시작했다. 초기에는 술을 먹고 흥분한 관중 몇명이 난투극을 벌이는 정도에 불과했으나 1980년대에 들면서 그 피해규모가 급속도로 확대됐다. 무려 300여명이 사망한 1982년의 유럽축구연맹(UEFA) 컵 러시아 스파르타크와 네덜란드 할렘 간의 결승전은 현대 축구사의 가장 큰 비극 중 하나로 꼽힌다.
이에 앞서 1964년 페루 리마에서는 관중의 난동으로 318명이 죽고 500여명이 다치는 세계에서 가장 비극적인 축구재앙이 있었다. 1988년 서독에서 열린 유럽선수권대회에서는 경기가 열리는 한주일 내내 훌리건이 경기장과 거리의 기물을 파손하는 등 폭력을 휘둘렀고 1989년 영국 힐스브러에서는 훌리건 난동으로 경기장 방벽이 무너져 95명이 숨졌다. 또 지난 1996년 남미 과테말라의 마테오 플로어 스타디움에서 열린 과테말라와 코스타리카 간의 월드컵 예선에서는 82명이 사망했다.
훌리건은 이렇게 난동을 부려 축구장의 무법자가 됐는데 이 훌리건이 이제는 2002년 월드컵 개최국인 한국에서도 걱정거리가 됐다. ‘우리나라 축구팬들이야 설마 안그러겠지만, ’ 만일을 대비해 서울경찰청이 960여 대원으로 구성된 8개 중대의 ‘훌리건 전담부대 ’를 24일 창설, 특수수훈련을 거듭하고 있어 안심이 된다. 수원, 인천 등 월드컵 경기가 열리는 지방도시에도 경찰청별로 발족될 훌리건 전담부대는 살수차, 방송차 등 각종 시위진압 장비는 물론 경찰청 항공대의 헬리콥터를 지원받게 되는데 특히 훌리건들이 가장 무서워 하는 경찰견을 다량으로 확보해 올해 안으로 ‘경찰견 부대’도 창설한다고 한다.
정부 당국도 공동 개최국인 일본과 함께 영국, 유럽 각국의 훌리건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면서 만반의 준비를 갖춰야 된다. ‘자기 편은 무조건 옳고, 상대방은 적 ’이라는 외국의 상습 훌리건들이 몰려올지도 모르니 한국판 훌리건들은 나타나지 않았으면 좋겠다. 설마가 사람 잡는다는 말이 제발 틀리기를 바란다.
/淸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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