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인어부..인천시 웅진군 대부면 김선호씨

실명이라는 장애를 딛고 바다를 정복한 의지의 장애인이 있어 화제가 되고 있다.인천시 옹진군 대부면 선재리 김선호씨(60)가 그 주인공.

당뇨병 증세로 시력이 점차 떨어지던 김씨는 지난 95년 아예 양쪽 눈을 실명했다.

어부, 대장장이, 운전사, 뻥튀기, 농사 등 안해본 일이 없던 김씨에게 있어 실명은 곧 실직을 의미했다.

모든 것을 체념한 김씨는 3년동안 일체의 바깥 출입을 삼간채 가족들의 부양을 받으며 실의에 찬 하루하루를 보내왔다.

그러던 그가 지난 98년 어부가 되겠다는 엄청난 결심을 하게 됐다.

민박손님들에게 자신이 바다에서 직접 잡은 회감을 내어 놓겠다는 것이었다.

부인 이희분씨(51) 뿐아니라 외국에 나가있던 큰 아들 연일씨(31)와 군복무 중이던 둘째 아들 연용씨(26)까지 휴가를 내고 집으로 찾아와 이를 극구 말렸다.

선재도는 조수의 차가 워낙 큰데다 해변에 바위가 많아 위험하기 그지없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김씨는 오히려 가족들을 설득했고, 집 앞 당너머해수욕장 개펄에 높이 3m 길이 1㎞의 그물을 치는 작업에 들어갔다.

김씨는 먼저 집에서 개펄까지 자신에게 길을 안내해 줄 수 있는 2㎞ 길이의 끈을 설치하기 시작했지만 실명한 그에게 있어 그물설치 작업은 너무나도 어려웠다.

수없이 넘어졌고, 또 생명줄이 파도에 실려 나가 방향을 잃고 헤매기도 했다.

경운기를 이용할 수 없기에 4m 길이의 말짱(철제 그물기둥) 4개를 힘겹게 두손으로 들고 2㎞ 거리를 수백번이나 왕복해야 만 했다.

하지만 김씨는 마침내 바다를 정복하고야 말았다.

지난 99년 선재도 앞 개펄에 500여개의 말짱을 박은 그물을 완성한 것이다.

지난해 5월부터는 귀국하고, 제대한 두 아들이 아버지를 돕고 있다.

미술대학 2년생인 연용씨는 복학을 보류했고, 큰아들도 어부가 돼가고 있었다.

김씨는 “맹인도 마음만 먹으면 못할 일이 없지요. 다 가족과 이웃의 도움 덕입니다”고 말했다. /김신호기자 shkim@kg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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