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공기업 개혁 이대론 안돼

도내 지방공기업들의 도덕적 해이가 극에 달했다. 지자체가 출연·출자해 설립한 공기업에 대한 감사원 감사결과는 이미 골칫덩어리로 전락한 지방 공기업의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감사원이 지난해 10월부터 석달간 실시한 도내 32개 공기업에 대한 감사에서는 예산집행 부적정 25건을 비롯 구조조정 부진 5건 등 39건의 문제점이 지적됐다.

경기개발연구원은 지난 99년 2월 부원장과 상임고문 직제를 만들어 상임고문 인건비와 기사·비서 인건비 등 1억1천800만원을 지원했다 시정권고 받았고, 화성시는 구조조정으로 감축될 인력 소화를 위해 민간위탁될 예정이던 제부도유원지 등의 관리업무를 시설관리 공단에 위탁하려고 관련조례를 제정하려다 적발됐다. 경기신용보증재단 등 6개 공기업은 퇴직금의 과다지출로 주의를 받았고, 안성축산진흥공사는 민영화 권고를 무시하고 73명 정원을 103명으로 늘려 연간 1억8천700만원의 인건비를 추가 지급했다.

감사대상 상당수 공기업들이 주먹구구식 부실경영이었고, 구조조정은 이름뿐이었으며, 과도한 종업원 복지혜택으로 예산이 낭비된 사실이 드러났다. 지자체들이 취약한 지방재정을 확충하고 고용을 창출한다며 앞다퉈 세운 공기업들의 설립 목적은 간데 없고 오히려 시·군 재정을 갉아 먹으며 퇴직공무원의 안식처로 변질됐으니 납세자인 도민들로서는 허탈감을 넘어 배신당한 느낌이다.

97년 우리 경제를 IMF 관리에 맡기는 위기국면 때 우리는 정부·기업·민간 모두가 방만한 살림을 해온 결과 이같은 고통을 겪게됐음을 뼈저리게 반성했다. 그 중에서도 채산성과 필요성이 없는 지방 공기업의 난립상과 부실경영은 지방 자치단체 재정난의 주원인으로까지 진단되었다.

그 같은 판단에 따라 부실하고 불필요한 공기업을 통·폐합하고 인원·기구를 대폭 축소하며 경영합리화로 국민의 부담을 덜어주겠다며 정부가 3년간 추진해온 것이 공공부문 개혁작업이었다. 그러나 막상 감사원 감사결과를 보니 모든 게 허사였으니 공분을 금할 수 없다. 더욱 기가 차고 개탄스러운 것은 감사원의 시정조치가 있은지 5개월이 넘도록 아직도 19건이 개선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감사원을 우습게 보는 국정의 난맥이 아닐 수 없다. 지자체의 마이동풍으로 감사원 감사가 있으나 마나한 결과가 된다면 이는 결코 가볍게 보아넘길 일이 아니다. 감사못지 않게 사후 확인이 그래서 중요한 것이다. 관계당국의 특단적 조치를 주시코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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