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자들, 소신갖고 일하라

내년 선거를 의식한 일부 공직자, 특히 고위직들이 벌써부터 눈치만 보는 무소신으로 일관한다는 지적이 여기 저기서 나온다. 더구나 정치권의 분열과 갈등으로 각종 민생법안이 국회에서 표류하고 있어 공직사회에는 ‘법안을 만들어도 소용없다’는 분위기가 팽배해져 정말 큰일났다.

지방에서도 거의 마찬가지다. 자치단체장들이나 간부급들이 내년의 지방선거를 의식, 이해관계가 첨예한 지역 내 주요 사업은 결정을 내리지 않는가 하면 유력인사에게 미리 줄을 대고 있어 일선행정이 차질을 빚고 있다는 것이다.

대통령 임기가 1년9개월이나 남았고 자치단체장들도 임기가 아직 많이 남아있는데도 주요 정책들이 사실상 중단된 것이 상당수에 이른다. 이 가운데는 경제사정 악화에 따른 예산 부족이 걸림돌이 되고 있는 것도 있지만 차기 대선구도를 감안한 정치권의 합종연횡이 개혁법안 국회 통과를 더욱 불투명하게 만들어 공무원들의 사기저하를 부추기고 있는

것이다.

중앙의 경우 여권이 국회 과반수 확보를 통해 원활하게 국정을 수행하려 하고 있으나 공동여당에서조차 주요 정책에 대한 조율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난맥상이 연출되기 때문이다. 게다가 최근 의약분업의 부작용에 대한 책임을 행정부처에 떠넘기는 듯한 태도와 여론의 질타는, ‘제대로 일을 하려다가는 보건복지부 꼴 난다 ’는 냉소와 함께 문책을 우려, 몸을 사리게 하고 있다. 심지어 다음 대선에서 정권이 바뀔 경우 조각 및 후속인사에서 물 먹지 않기 위해 일찌감치 야권 유력인사에게 줄을 대거나, 정부부처 관직이나 승진 등을 마다하고 해외파견 근무를 지원하는 희한한 사례까지 나타나고 있다고 한다.

비록 일부이기는 하지만 이러한 고위공직자들의 행태는 개혁을 표류시키고 나라의 경제사정, 특히 민생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어 참으로 문제가 심각하다. 중앙은 물론 지방까지 기회주의와 복지부동이 현저한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그 무엇보다도 불 안한 정치권 탓이라고 하겠다. 차기대통령이 누가 되든, 시·도지사, 시장·군수가 누가 당선되든지 어느 정당이 정권을 잡든 공무원들이 소신껏 일할 수는 과연 없는 것인지 실로 답답하다. 여야 정치권의 각성은 물론 공무원들, 특히 고위직들의 성실한 직분 수행이 절대 필요한 시점이다.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