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뿐인 신용불량자 사면

연체금 완납자에 대한 신용사면 조치가 금융기관들이 전산망에서 기록만 삭제하고 내부자료로 활용하면서 카드 발급 등을 해주지 않는 등 제대로 이행되지 않고 있어 전문가들은 근본해결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4일 은행연합회 등에 따르면 정부는 서민보호금융대책 일환으로 연체금을 상환한 108만명의 신용불량 기록을 지난 5월1일자로 일괄 삭제했고 5월말까지 연체금을 모두 갚은 신용불량자의 기록이 모두 삭제됐다.

그러나 일부 금융회사들이 삭제정보를 자체전산망에 내부관리정보로 보유하면서 신용드발급 등의 신용조회시 활용, 이번 사면조치가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유모씨(35·회사원·인천시 연수구 연수동)는 최근 K은행 용현동지점에 카드발급을 신청했으나 거절당했다.

유씨가 지난 96년과 98년 2회에 걸쳐 카드대금 연체를 했던 사실이 연체금 완납으로 신용정보공동전산망에는 삭제됐으나 내부관리정보로 남아 있어 카드발급을 해줄수 없다는게 은행측의 설명이다.

유씨는 “월급을 받는 주거래 은행에서 조차 카드발급을 거절당해 회사동료직원들로부터 불신을 받고 있다”며 불만을 나타냈다.

또 은행연합회 홈페이지 게시판에는 신용불량 기록 삭제조치로 신용정보공동전산망에 삭제된 정보를 일부금융회사가 내부관리정보로 보유 활용해 피해를 입고 있다는 내용이 주를 이루고 있다.

이와관련 녹색소비자연대는 “정부의 일괄 사면조치가 신용불량자를 양산하는 근본적 원인인 금융권의구조를 개선하는 방식이기보다 나타난 현상을 일시적으로 가리는 표피적인 것에 불과하기 때문에 신용정보관리시스템 개선 등 근본적인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는 성명서를 발표하기도 했다.

/손일광·정근호기자 ghjung@kgib.co.kr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