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이전 안된다

삼성전자 수원공장 백색가전 생산라인의 전남 광주 이전설이 또 제기돼 지방경제가 긴장하고 있다. 지난 95년 냉장고 생산라인을 광주 하남단지로 이전한 이후 96년 일부 생산라인의 이전을 추진하다 IMF 등의 영향으로 중단한데 이어 99년 삼성자동차 빅딜문제로 야기된 부산지역 경제계의 반발을 무마하기 위한 궁여지책으로 제기했던 부산이전설이 있은지 2년만에 이번이 세번째 이전설이다.

이전내용은 수원공장 세탁기 4개 라인과 에어컨 17개 라인을 오는 2003년 6월과 12월까지 광주로 옮긴다는 것으로 일정과 규모가 구체적이다. 물론 기업이 시장경제원리에 입각, 스스로 공장을 이전하는 것은 기업의 자유다. 그러나 삼성측이 이번에 내세운 이전이유는 애매모호하기 이를 데 없다. ‘생산성 저하’운운하는 이유가 석연치 않고 이해하기도 어렵다.

교통 등 여러 여건을 고려할 때 ‘수원’의 입지가 ‘광주’보다 월등하게 낫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다 아는 사실이다. 공장이 서울과 가까울수록 여러면에서 유리하다는 것은 우리 경제여건상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 광주의 인건비가 싸다고 주장할지 모르나 국내의 좁은 노동시장에서 인건비 차등을 기대한다는 자체가 무의미한 일이다. 더욱이 막대한 이전 비용을 감안하면 ‘생산성’운운하는 것은 말도 안되는 소리다.

모든 것이 시장원리와는 거리가 멀다.

그렇지 않아도 지난 95년 총선전략으로 전자레인지·세탁기·냉장고 등 생산라인의 광주이전 결정이후 냉장고 라인만 옮겼을 뿐인데도 수원경제는 막대한 타격을 받았다. 그동안 삼성전자가 지역경제에 미친 영향은 지대하다. 수원경제의 의존도가 50%에 이르고 경기도 전체 제조업 고용률중 24%를 차지하고 있다. 생산라인 근로자가 3천여명에 달하고 협력업체도 수원 안양등지에 1천700여개나 된다.

이런 상황에서 21개 생산라인이 빠져 나간다면 수원지역의 산업슬럼화는 물론 경인지역의 타격은 불을 보듯 뻔하다. 물론 삼성측은 생산라인이 빠진 자리를 정보통신연구소 등이 메울 것이라고 하나 협력업체의 고용효과 등 경제활성화측면에선 생산라인과는 비교될 수 없다. 결국 수원경제의 피폐를 초래할 삼성전자의 광주이전은 시장경제원리에도 맞지 않을 뿐아니라 막대한 이전비용이 소요된다는 점에서 국가적 낭비이며, 무모한 일이다. 삼성측의 심사숙고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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