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측 말흘리기, 그 ‘진실’?

청와대의 남북 물밑대화시사는 책임있는 발표가 돼야한다. 오는 13일의 대통령기자회견이 알맹이 있는 내용이 될 것이라는 말을 부정하고 싶진 않다. 기대하고 싶다. 그러나 정보를 신문에 흘리는 식의 발표는 무책임하다. 이도 모자라 민주당 장모의원의 8,9월 답방 물밑설이 나왔다. 왜 이리 중구난방인지 모르겠다.

그간 물밑접촉이 있었을 것이라는 것은 능히 짐작한다. 문제는 접촉이 아니고 성과다. 청와대 관계자는 ‘북측의 긍정적 신호가 있었다’고 했다. 말을 그렇게 흘린 것으로 보도됐다. 하지만 이런 발표는 책임있는 자세가 아니다. 최근 김대중대통령은 김정일위원장의 서울답방을 거듭 촉구했다. 보기에 따라서는 지나치게 매달리는 인상을 주었다. 북측 상선이 동·서·남해를 안방 드나들듯 휘젓고, 농민은 가뭄으로 자살하는 사람이 나올지경이고, 부시 미행정부의 대북정책 발표는 우리측엔 사전 통보없이 전격 발표했다. 이런저런 악재속에 대통령은 현충일 추념식장에서까지 김위원장더러 빨리 와달라고 했다. 물론 서울답방은 바람직하며 대통령 말대로 약속했던 일이다. 그러나 당장 더 시급한 일도 있다. 가령 가뭄만 해도 농림부의 한해대책비 1천억원 추가지원만으로는 해결이 요원하다. 군장비, 병력 동원같은 범정부차원의 대책이 요구된다. 국무회의에서 대통령이 이런 것을 강조하고 지시해야 하는데도 아직 한마디가 없다. 가뭄피해는 농작물에 의해 식수난과 공업용수 기근으로까지 확산되고 있다. 농민을 비롯한 국민들 입장에서는 이에대한 언급없이 마냥 답방요구만 되풀이 하는게 무척 섭섭하게 보일 수 있다. 임시국회에서는 북 상선의 영해 침범을 수수방관한데 대한 여야의 질타가 있었다.

이같은 시점에서 청와대측이 흘린 답방관련 발표는 믿기도 어렵고 안 믿기도 어려워 국민을 더욱 헷갈리게 만든다. 대통령의 답방 매달리기를 합리화 시키려는 구실인지 어쩐지 진실을 알수가 없다. 공식발표가 아닌 흘리기식 발표는 나중에 틀려도 책임을 지기는 커녕 오히려 언론에 책임을 미룬다. 만약에 외교 관례상 공식발표가 불가했다면 흘리기식 발표도 삼가야 하는 것이 정도다. 진실이 어떻든 청와대 비서실에서 언급하는 것부터가 적절치 않다. 언급하려면 정부조직의 주무부서가 해야한다. 청와대비서실은 의사결정기관이 아닌 대통령 보필기구에 불과하다. 비서실 목소리가 정부조직에 우선하는 것은 결코 정상일 수 없다. 비정상이 정상을 압도하는 것은 대통령에게 누가 돌아갈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하는 것이다. 김위원장 답방은 저들의 입장도 있다.

더이상 보채지 말고 지켜봐야 하는것이 순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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