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월 나혜석(1896∼1945)은 수원시 출신의 한국최초 여류서양화가이며 문인이기도 하다. 개화기의 신여성으로 한국 현대미술과 문학개척에 이바지한 업적이 지대하다. 수원의 큰 자랑이기도 하다. 그래서 정월 나혜석기념사업회가 발족돼 세미나, 전시회 등을 통해 그의 예술과 업적을 활발하게 재조명하고 미술단체에서는 나혜석미술대전도 해마다 개최한다. 특히 수원시가 지난해 6월24일 나혜석의 예술정신을 기리는 동시에 문화관광명소화 하기 위해 수원시 팔달구 인계동 농조예식장 앞부터 효원공원간 근 450m의 거리를 ‘나혜석거리’로 조성, 찬사를 받았다. 수원시민은 물론 외지인들도 많이 찾아왔다. 그러나 문제는 ‘나혜석거리’에 나혜석동상만 외롭게 서있는 사실이다. 화랑 한 군데 없고 이른바 ‘거리의 화가’한명 없이 먹거리촌으로만 더 알려져 있는 것이다. 더구나 선각자로 살았던 나혜석의 생애를 소개하는 곳 조차 없다.
현재 수원시미술전시관에는 나혜석의 작품과 기록물 등 그동안 발굴·수집한 80여점의 귀중한 자료가 있으나, 유감스럽게도 전시장이 아닌 창고에 방치돼 있다. 그런데도 수원시는 나혜석거리에 ‘나혜석기념관’보다 호화 화장실 2 곳과 야외무대 건립을 계획했었다. 당초 계획 5억원이 삭감되자 화장실은 그만두고 확보된 1억5천만원으로 야외무대 설치를 추진중이라고 한다.
화장실, 야외무대를 그르다고 하는 게 아니다. 일에는 순서가 있다. 미술의 거리에 야외무대가 더 시급하고 적절하단 말인가. 아니다. 나혜석거리에는 나혜석 동상만 서 있을 게 아니다. 나혜석기념관이 당연히 있어야한다. 다행히 나혜석거리 주위에는 쾌적한 효원공원과 경기도 문화예술회관 야외무대, 또 매우 훌륭한 수원시 야외음악당도 있다. 어째서 나혜석거리에 야외무대 설치를 먼저 생각했는지 안타깝기까지 하다.
1억5천만원의 예산으로는 영구적인 나혜석기념관 건립이 아무래도 어려울 것 같다. 수원시의 대폭적인 예산증액은 그래서 절실히 필요하다. 또 시 당국에만 전액을 의존할 것 만도 아니다. 나혜석기념사업회와 미술·문화·여성계 등에서도 건립비 모금운동을 전개하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이다.
작품과 생애를 한곳에 모은 나혜석기념관이 있고 거리미술전 등 다양한 문화예술행사가 열리는 나혜석거리는 상상만 하여도 흐뭇하다. 아마 나혜석 동상도 미소지을 것이다. 수원시의 신선한 계획전환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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