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속요원이 적어서 주차질서가 문란한 것은 아니다. 오는 26일 국무회의 의결을 앞두고 있는 도로교통법 시행령 개정안은 이점에서 실효가 의문되는바 크다. 개정안은 주차 위반 단속권한을 교통분야 공무원에서 모든 지자체 공무원으로 확대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있다. 물론 단속이 절실한데도 단속의 손길이 미치지 않은 사례가 없는 것은 아니다. 네거리를 도는 길목에 주·정차를 해두어 시야와 운전을 방해하는 것 등이 이에 속한다. 그러나 이면도로 등 대부분의 불법주차는 불행히도 통념화된 한국사회의 특성적 현상이다. 그중엔 인근에 유료 주차시설을 두고도 이용 않는 불법주차가 없지는 않다. 하지만 모든 유료시설을 다 이용한다 해도 이면도로의 불법주차는 역시 넘쳐날 수 밖에 없는게 우리의 현실이다. 야간엔 이나마 주차전쟁이 일어나는 지경이다. 이때문에 구급차, 소방차는 말할 것 없고 새벽에 쓰레기 수거차마저 제대로 들어서지 못한 것 또한 사실이다.
국내 차량 보유대수는 인구 4명당 1대꼴인 1천205만9천800여대며 이 가운데 승용차는 67%인 808만4천여대에 이른다. 주차장 점유율은 물론이고 도로점유율도 열악하기 짝이 없다. 한동안 새 차를 구입하려면 차고가 있어야 하는 차고지증명제 실시를 검토했으나 불발에 그친 이유가 있다. 우리의 현실에서 차고를 지니고 차를 살 수 있는 수요자가 과연 얼마나 되는가에 문제가 있는 것이다. 내수가 급감하여 아마 자동차 생산업계가 치명타를 입을 것이다. 자동차 5사에서 연간 생산되는 각종차량은 309만8천여대며 이중 54%에 해당하는 167만2천여대를 수출한다. 내수가 비록 50%엔 미치지 못하지만 수출단가보단 순익이 많은 실정에서 차고의 유무를 따져가며 팔다가는 도산업체가 속출할지 모른다.
국내 자동차 생산업계의 연간 매출액은 36조7천790억원선에 달해 국민경제의 한 축을 이룬다. 종업원 수는 10만3천여명이다. 여기에 협력업체 매출액과 종업원수를 합치면 국민경제에 차지하는 비율은 더욱 엄청나다. 단속공무원을 늘리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다. 단속해도 그 많은 불법주차 차량은 어차피 갈곳이 마땅치 않아 다른데 가도 불법주차를 면할 수 없다. 개정안대로 실시하면 과태료 부과는 크게 오를지 몰라도 곳곳에서 원성은 원성대로 일고 본연의 목적 실현을 기대하기가 어렵다. 이런 역기능을 피하려다 보면 법령자체가 사문화하기 십상이다. 정부가 불법주차 문제를 심각하게 인식한 것은 좋으나 경제적, 사회적측면을 십이분 고려하는 정책개발로 임하길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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