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교 신도시 개발안을 놓고 정부 여당과 경기도의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건설교통부가 당정협의를 위해 마련한 개발안에 대해 경기도의 강력한 보완요구를 정부 여당이 수용치 않을 방침이어서 경기도가 크게 반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정부 여당이 건교부의 초안대로 판교 신도시가 개발될 경우 교통난이 더욱 악화될 것이라는 여론을 감안, ‘선(先)교통망 확충, 후(後)입주시작’으로 개발시기를 조정키로 한
것은 옳은 결정이다. 도로망 우선 확보는 도시계획에 있어 기본적 요소로 당연한 정책방향이다.
그럼에도 경기도가 크게 반발하는 이유는 건교부와 경기도·성남시가 충분한 연구와 협의를 거쳐 잠정적으로 마련한 벤처단지 60만평 확보안이 묵살되고 10만평으로 축소됐다는 점이다. 주요 정책결정 과정에서 중앙부처와 지자체간 이루어진 사전 의견조율을 정치적이유 때문에 일방적으로 깬것은 중앙정부의 고질적인 독단의 소치다. 지방자치시대에도 맞지 않는 중앙부처의 횡포다.
건교부가 경기도와의 협의내용을 일언반구 없이 일방적으로 묵살할 요량이었다면 그동안 경기도 및 성남시와 무엇때문에 ‘협의’라는 이름아래 회의를 해왔는지 이해할 수 없다. 신도시 건설은 관계부처와 해당 지자체간 빈틈없는 공조체제아래 진행돼도 허점이 생기기 십상인 어려운 문제다. 그런데도 신도시 관할 지자체의 의견을 묵살한채 밀어 붙이려고만 하니 참으로 한심한 일이다.
본란은 이미 판교 신도시 개발이 수도권 집중화를 초래하지 않도록 신중하게 추진할 것을 당부한바 있다. 신도시 개발이 현실적으로 불가피하다면 서울 길목의 교통난을 완화할 수 있게 자족기능을 갖춘 벤처기업 중심의 사이언스파크로 개발할 것을 주장한 것이다. 판교 신도시에 명실상부한 벤처단지가 조성돼 국제경쟁에 나서려면 최소한 60만평 규모가 돼야한다는 경기도의 주장은 그래서 타당하다고 본다.
판교 주변의 분당과 용인이 자족적 산업기반을 갖추지 못한 상태에서 판교 신도시마저 주거기능 위주로 개발되면 경기남부권 일대는 완전히 서울의 베드타운으로 전락할 수 밖에 없다. 정부는 앞으로 남은 당정협의 과정에서 이 문제를 다시 한번 원점에서 검토하고 개발계획안을 충분히 보완해야 한다. 정부 여당의 심사숙고를 다시 한번 촉구해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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