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고 권위의 하나인 대한민국 미술대전 심사 과정에서 금품이나 청탁을 받고 입상자를 선정한 혐의로 국내 유명화가들과 한국미술협회 관계자들이 무더기로 경찰에 입건됐다. 입건된 당사자들은 “그림을 팔고 받거나 빌린 돈이지 입선을 대가로 받은 돈은 아니다 ”라면서 완강히 부인하고 있지만 어쨋든 혐의를 받은 자체가 미술계에 먹칠을 한 부끄러운
사건이다.
미술대전은 매년 봄과 가을 2회에 걸쳐 동양화, 서양화, 조각, 판화 등 4개 분야를 대상으로 실시되는 신인들의 화가 등용문이다. 이 미술대전에서 입선을 미끼로 금품을 받거나 지연·학연 등에 의해 입상자가 선정된다면 뇌물을 준 사람이나 받은 사람 모두가 예술가로서의 품위를 상실한 것이다.
지난 99년 5월과 2000년에 열린 미술대전에서 입상을 대가로 거액의 ‘뒷돈 ’들이 오고 갔다면 당당한 예술성으로 입상한 그동안의 수상자들까지 곤혹스럽게 하는 비예술 작태가 아닐 수 없다. 적발된 미술대전 관련비리가 사실이라면 그동안 미술계에서 끊이지 않았던 소문들이 입증된 것으로 심히 안타까운 일이다. 심지어 스승의 그림에 자신의 낙관을 찍어 출품한 뒤 입상하거나 제자들의 작품명을 심사위원에게 미리 알려준 뒤 입상시킨 화가도 있었다고 하니 참으로 한심스럽다. 예술가들의 데뷔 과정이 무시되고 심지어 미술대전 폐지론이 왜 계속 대두되는가를 깊이 반성해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미술협회 이사장 및 부이사장들이 선발한 운영위원들이 다시 심사위원을 선정해 출품작 심사를 담당케 하는 현행 제도 역시 개선돼야 한다. 이때문에 협회 간부가 되기 위한 일부 선거비리도 근절되지 않는 것이다.
“미술대전 출품에 앞서 미술협회 관계자들에게 ‘성의표시 ’를 하는 것은 관례처럼 돼 있다. 심사위원들도 평소 잘 알고 지내는 화가의 작품을 우선시할 수 밖에 없지 않느냐 ”는 한 화가의 반문은 미술계의 현황을 대변하는 것 같아 민망스럽고 공허하게 들린다.
이번 사건을 타산지석으로 삼아 특히 서울은 물론 전국 각 시·도 미술계에서도 환골탈태해야 할 것이다. 예술계마저 부패한다면 세상이 너무 어두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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