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한산성 훼손, 대책 세워라

호국의 성지 남한산성이 일부 상인들과 행락객들의 무질서 때문에 극심한 몸살을 앓고 있는데도 당국이 수수방관하고 있음은 직무유기가 아닐 수 없다. 남한산성 도립공원지역내 광주시 중부면 불당리, 오전리, 검북리, 산성리와 엄미리 계곡 주변 음식점들이 인근 임야나 농지 등을 무단으로 훼손, 손님을 받기 위한 좌대와 돗자리 등을 설치해놓고 영업행위를 일삼고 있는데도 단속을 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특히 이들 시설을 이용한 행락객들이 버리는 음식물 등 각종 쓰레기가 계곡물을 심하게 오염시키고 오염된 계곡물이 2천만 수도권 시민의 식수원인 팔당호로 그대로 유입돼 수질오염을 악화시키는 것은 절대로 묵과할 일이 아니다.

수백억원의 예산을 들여 남한산성을 정비한다고 야단법석을 떠는 행정당국이 정작 수년째 반복적으로 자행되고 있는 음식점들의 좌대설치, 쓰레기 무단투기 행위 등은 묵인하고 있어 상인들과의 유착이 있는게 아니냐는 의구심까지 들게 한다.

남한산성의 역사적 가치를 훼손하는 것은 불법식당 난립과 계곡 오염 뿐만이 아니다.

지난 1910년 이후 펼쳐진 식재사업을 통해 수만여그루의 소나무들이 번성하고 있으나 관리소홀 등의 이유로 산림이 죽어가고 있는 것도 심각한 문제점이다.

특히 지난 겨울의 폭설여파로 수어장대에 이르는 등산로 주변의 수령 100년 내외의 소나무들 가지가 꺾여져 있는가 하면 통째로 부러진채 죽어가고 있는 것이다.

수어장대에서 남문까지 가는 길 곳곳에도 소나무가 통째로 뽑힌채 방치되거나 뿌리가 드러난 상태인데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아 미관상도 그러려니와 귀중한 소나무들이 그대로 죽어가고 있음은 매우 안타까운 노릇이다.

남한산성 관리당국은 죽어가는 소나무들을 살리기 힘들다면 가지치기 등 정비라도 해야 한다. 아울러 땅위로 나와 있는 소나무 뿌리를 등산객들이 무심코 밟고 지나가지 않도록 보호막을 설치하거나 지정 등산로를 개설, 성곽의 운치를 더해 주는 소나무들을 보호해야 할 것이다.

남한산성을 찾아오는 사람들의 자연사랑과 문화재 보호정신도 중요하지만 불법영업을 하는데도 관리 당국이 단속을 소홀히 한다면 그 책임을 면키 어렵다.

남한산성을 중심으로한 인근 자연경관이 오염되지 않고 성곽 건물들이 더이상 파괴·훼손되지 않도록 특별대책을 마련, 시행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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