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일외교 기초부터 바꿔야

예견했던대로 한국에 대한 일본의 오만이 여실히 드러났다. 일본 정부가 9일 데라다 데루스케(寺田輝介) 주한대사를 통해 한국정부에 전달해온 ‘역사교과서 수정요구에 대한 검토 결과’는 한마디로 아직도 한국을 식민지 국가처럼 인식하고 있는 것과 다름이 없다.

일본의 이토록 방자한 태도는 한국이 그동안 한일관계 개선을 지나치게 낙관한 결과이다. 일본이 자국 중심주의 입장에서 자국 역사를 미화하고, 반대로 근린국 역사를 비하하는 입장이 조금도 변하지 않은 것이다. 일본 정부는 35개항에 걸친 고대사와 근현대사 왜곡 부분에 대한 우리 정부의 시정요구에 대해 2개항만을 조치했다고 통보하면서 나머지 부분은 문제가 없다는 고압적 자세를 보여 한일간 전면적인 ‘역사충돌’은 물론 국가 간 외교문제로까지 비화할 심각한 사태를 야기시켰다.

일본은 임나일본부설, 왜구문제, 신라·백제·고구려의 일본 조공설, 임진왜란 등에 대해 “다양한 학설이 존재하기 때문에 오류라 볼 수 없다”면서 수정요구를 거부했다. 특히 교과서 왜곡의 핵심인 근대사 부분에서 군대위안부 문제 누락에 대해 “검정제도상 집필자들에게 기술을 요구할 수 없다”고 발뺌했으며 한일합방, 관동대지진 등 주요 내용에서 일본의 가해 사실을 왜곡, 축소, 은폐의도를 분명히 했다. 부산에 설치된 왜관이 조선이 설치해준 것임에도 불구, 일본이 외국에 둔 행정기관인 것처럼 기술한 것에 대해서도 “일본의 학설에 비추어 볼때 오류가 아니다”고 주장할 정도다.

일본정부의 이러한 안하무인격 독선에 우리는 현정부의 대일외교의 유화기조를 재고해야 한다고 본다. 한일관계에서 우리의 일방적 선의와 양보가 일본의 자만심을 키워주었다는 인식을 떨쳐버릴 수 없기 때문이다.

러시아가 실효적으로 관할해온 남부 쿠릴 수역에서의 국내어선 조업을 문제삼고 있는 것이며 고이즈미총리가 8·15 야스쿠니(靖國)신사 공식참배를 공언하고 있는 것도 한국을 가볍게 보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우리 정부는 일본의 교만한 방침에 일본 대중문화 4차개방을 무기 연기하는 가운데 한일교류사업 축소 및 고위인사 교류중단, 일본의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 진출반대 등 강경대응을 천명했다. 청와대도 “일본은 이번 일을 두고 두고 후회하고 뉘우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일본은 우리 정부의 강경대응책을 대수롭지 않게 여길 것이다. 일본은 역시 숙명적으로 우리의 라이벌이다. 따라서 대일관계에는 남북이 따로 없고 여야도 국론을 통일해야 한다. 강경대응이 말뿐인 솜방망이가 되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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