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

우리 헌법만큼 팔자가 드새기도 아마 드물 것이다. 그동안 8차례나 개헌했다. 건국이후 그만큼 권력구도가 불안했다는 얘기가 된다. 헌법에 사람이 맞추는 것이 아니고 헌법을 사람에다 맞추려고 했기 때문이다.

1948년7월17일 대통령중심제(국회간접선거)의 헌법 제정으로 그해 8월15일 이승만을 대통령으로 하는 제1공화국이 탄생했다. 그러나 이승만은 독재정치로 국회에서 다시 대통령으로 뽑힐 수 없게되자 1952년 7월7일 대통령 직접선거제를 골자로 하는 1차개헌(발췌개헌)이후, 1954년11월29일 3선 연임조항을 철폐한 2차 사사오입 개헌을 했다. 사사오입 개헌이란 의결정족수 3분의2에서 1표가 미달해 부결로 선포됐던 것을 밤새 이승만이 “정확하게 계산하면 소수점 이하 수치의 반올림에 따라 통과된 것”이라고 우겨 이튿날 국회에서 번복한 희대의 날치기 통과를 말한다. 그렇지만 3·15 정·부통령 부정선거에 민중이 항거한 4·19의거로 이승만은 마침내 하야하고 말았다.

1960년6월15일 3차개헌으로 대통령을 국회에서 간선하는 의원내각제 개헌이 이루어져 장면총리 정권의 제2공화국이 출범했다. 그러나 박정희소장이 이끈 5·16군사쿠데타로 1962년12월26일 대통령 직선제의 4차개헌에 의해 박정희 정권의 제3공화국이 시작됐다. 1969년10월27일 대통령의 3선을 허용하는 5차개헌후, 1972년12월27일 이른바 6차 유신헌법 개헌에 의해 대통령을 통일주체국민회의에서 뽑는 제4공화국 시대가 됐다. 1979년 10·26사건으로 박정희 사후 1980년10월27일 신군부 주도의 7차개헌으로 통령선거인단이 대통령을 선출하게 돼 전두환의 제5공화국의 막이 올랐다. 통일주체국민회의나 대통령선거인단의 대통령선거는 장충체육관에서 미리 짜여진 각본대로 이루어져 ‘체육관 대통령’이라는 말이 나왔다. 1987년의 줄기찬 6월항쟁으로 드디어 그해 10월27일 대통령 직선제를 중심으로 하는 여·야합의의 8차 개헌안이 국민투표 끝에 통과됐다. 이에따라 제6공화국이 시작돼 노태우, 김영삼에 이어 김대중 정권의 오늘에 이르렀다.

개헌논의가 14년동안 잠잠하는가 싶더니 얼마전엔 민주당안에서 대통령임기 4년의 중임제, 부통령제 개헌론이 제기됐었다. 최근에는 민주당 김원길의원이 주도하는 무슨 단체에서 난데없는 통일헌법 세미나를 열어 어리둥절케 했다. 개헌논의는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정권욕에 맞추는 개헌은 더욱 금물이다. 오늘은 제헌절이다.

/白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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