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여름에 떠나는 역사기행

◇ 성(성)

▲수원 화성= 화홍문과 방화수류정, 팔달문 등 조선 후기 건축물의 백미로 꼽히는 화성. 화성은 정조대왕을 중심으로 관료·학자·기술자·백성들이 함께 만든 근대적 신도시이며 거중기 등 각종 과학기기를 활용한 실학의 총체적 결정체이다.

지난 97년 12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된 화성에는 동서남북에 장안문, 팔달문(보물 제402호), 창룡문, 화서문(보물 제403호) 등 4대문이 있고 성벽의 안팎에는 암문 수문 적대 공심돈 봉돈 장대 등 저마다 독특한 개성을 가진 다양한 시설물들이 있다.

특히 팔달문은 서울의 남대문보다 더 정교하고 섬세하게 꾸며졌으며 서울성엔 없었던 공심돈(적군의 움직임을 살피는 곳)이나 포루(포를 쏘는 곳) 등의 시설물을 곁들여 쌓은, 길이가 5천700미터 남짓한 성곽의 짜임새만 보더라도 정조가 얼마나 공을 들였는지 짐작케 한다.

이와 함께 팔달산 아래에는 현륭원(지금의 융건릉)에 행차하던 임금이 일시 머물 수 있도록 만들었던 행궁이 있기도 하다.

▲광주 남한산성= 지금의 성은 조선시대 인조 2년(1624)에 쌓은 것으로 병자호란때 인조가 이 곳에 몸을 피해서 45일동안 청나라 군사에 대항해 피나는 항전을 한 민족자존의 역사현장이다. 본래 ‘이 괄의 난’과 청나라의 세력에 위협을 느껴 쌓았기 때문에 성안에는 임금이 지낼 수 있는 모두 230여칸에 이르는 행궁과 군사시설이 들어있었고 승병이 있었던 절만도 9개나 됐었는데 그 뒤에 거의 다 없어졌다고 한다.

산성 내에는 병자호란때 인조가 친히 청나라 13만 대군과 맞서 싸우던 수어장대, 병자호란후 인질로 끌려간 삼학사의 영혼을 모신 현절사, 청량대, 연무관 등이 있다.

남한산성은 왜곡된 역사의식으로 오랜동안 소외당했으나 최근 역사재조명사업과 함께 성역화작업이 한창이다. 주변의 송림과 역사가 살아숨쉬는 문화유적이 잘 어우러져 있다.

◇ 능(능)

▲화성 융건릉= 융릉은 사도세자인 장조와 ‘한중록’의 저자인 경의왕후(혜경궁홍씨)의 합장릉이고, 건릉은 그 아들 정조와 부인 효의왕후가 합장된 능.

사도세자의 묘는 원래 양주 배봉산에 초라하게 자리했으나 정조가 왕위에 오른 후 화성으로 옮긴 것이다.

융건릉의 능역으로 들어서면 울창한 소나무숲 사이로 길이 나 있고 그 길로 얼마 안가면 두 갈래 길을 만나는데 오른쪽으로 가면 융릉이고 왼쪽으면 가면 건릉이다. 주변에 용주사와 보통리 등 둘러보는 것도 좋다.

▲구리 동구릉= 구리시 검암산 기슭에는 이씨 왕조를 세운 이태조의 능을 위시한 9기의 능이 59만여평에 달하는 광활한 지역에 자리하고 있다. 동구릉은 이태조의 능침인 건원릉, 문종과 현덕왕후의 능침인 현릉, 선조와 의인왕후 그리고 인목왕후의 능침인 목릉, 현종과 명성황후의 능침인 숭릉, 영조와 정순왕후의 능인 원릉 등으로 이뤄져 있으며 사적

193호이다.

능제의 변화와 조선왕조 500년의 변천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중요 문화유산인 이곳은 울창한 수목과 수려한 계곡을 이루고 있어 역사와 자연의 향기를 함께 호흡할 수 있다.

▲여주 세종대왕릉(영릉)= 한글창제는 물론 천문과학기기의 발명과 정비, 악기, 악보의 개조와 정리를 비롯해 정치 경제 문화 국방 교육 등 다방면으로 조선왕조 500년사에서 업적이 가장 뛰어난 임금으로 평가되는 세종대왕과 부인 소헌왕후의 합장릉.

이 릉의 정문으로 들어서면 오른쪽에 재실과 세종대왕 동상이 있으며 왼쪽으로는 세종대왕 기념관인 세종전이 있다. 세종전 안에는 집현전 학사도를 비롯한 여러 유물들이 진열돼 있으며 그 밖에는 해시계, 관천대 등이 전시돼 있다.

◇ 사찰

▲남양주 봉선사= 광릉과 수목원 등 주변 경관이 빼어나 사람들의 발길이 그치지 않는 이곳은 고려 광종 20년(969년)에 법인국사가 창건하여 운학사라 했으나 조선조 예종 원년(1469)에 정희왕후 윤씨가 중창하고 봉선사라 부르게 됐다. 이후 병자호란과 임진왜란때 전소된 것을 계민선사가 개창하였으나 6·25때 또 다시 전소, 현존하는 사찰은 능허·운경·운허 등이 복원한 것이다.

경내에는 조선시대의 특징을 잘 표현한 보물 397호인 동종(세조의 명복을 빌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 잘 보관돼 있다. 조선시대에는 교종 수사찰로, 현재는 경기 북부의 으뜸사찰로 그 법등을 이어오고 있다.

▲안성 청룡사= 서운산 기슭에 있는 청룡사는 고려 원종 6년(1265)에 명본국사가 대장암이라는 이름으로 창건한 유서깊은 사찰로 고려 공민왕 13년에 나옹화상이 크게 중항하여 청룡사로 고쳐 부르게 되었다. 대웅전 앞에는 조선조 현종때 지은 무게 5톤의 구리로 된 거종이 보관돼 있다. 특히 이 곳은 한때 안성 남사당패의 본거지로 알려졌으며 사방에 우거진 수림으로 자연경관이 아름다운 곳으로도 유명하다.

특히 서운산 내에 임진왜란시 전투를 벌였던 서운산성이 있어 더욱 역사적인 향취를 느낄 수 있게 한다.

▲양평 용문사= 예로부터 경기의 금강이라 불려온 용문산에 위치한 이 사찰은 신라 선덕여왕 3년에 원효대사가 창건하였다 하기도 하고 진덕여왕때 대경국사가 창건했다고 전해지기도 하는 유서깊은 사찰이다.

6·25때 건물 대다수가 파괴됐으나 현재는 보수하여 대웅전과 관음전, 종각 등 3개의 건물만이 남아있다. 사찰 입구 언덕에는 수령이 천년이 넘는 우람한 은행나무(천연기념물 제30호)가 서 있고 경내에는 보물 531호로 지정된 정지국사 부도 및 비가 보존돼 있다.

/강경묵기자 kmkang@kg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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