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강국면을 보였던 영종·용유지역에 대한 철책선 설치문제가 최근 또 다시 쟁점화되고 있다.
인천시가 송도신도시 해안에 철책선을 설치키로 한데다 시의회에서도 관련 예산안이통과됨에 따라 시민단체들의 반발이 갈수록 거세지고 있기 때문이다.
시민단체들은 이미 조직적으로 해안철책 철회를 요구한다는 계획가지 수립한 터여서상당한 진통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 발단과 시민반응
인천시와 군부대는 지난 94년 8월 기존의 송도 인근 해안도로와 아암도, 면허시험장등을 잇는 구간 3.8㎞에 해안철책선을 철거하고 대신 오는 2012년까지 조성될 송도신도시 외곽(해안 포함)에 길이 14.42㎞의 해안철책선을 설치키로 합의한 것으로 최근 밝혀졌다.
이때부터 한동안 잠잠했던 철책선 논쟁이 다시 수면위로 떠오르게 됐다.
시에 따르면 철책선을 설치하는 비용은 ㎞당 8천860만원으로 모두 127억원이 소요될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당시 행정당국은 철책선은 물론 경계초소 등의 군사시설 설치공사비도 부담하겠다고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한 시민단체들은 “그동안 인천앞바다에 대한 철책선 개방운동을 벌여 상당수시민들로부터 호응을 얻고 있는데, 송도신도시까지 철책으로 둘러 쌓인다면 시민들의 정서에 역행하는 실책이 될 것”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시와 시민단체간의 갈등
‘아시아의 실리콘벨리로 조성될 디지털 국제도시, 송도신도시에도 과연 해안철책선이 설치되야 하는가’
그러나 이같은 물음에 대해 누구도 명쾌한 답변을 주지 못하고 있다.
시민단체들이 주문하는 ‘친수공간’확보라든지, 군부대가 내세우는 최소한의 ‘안보논리’등 모두 현실적으로는 비슷한 함량의 타당성, 설득력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군부대측은 “인천 앞바다는 군사전략상 매우 중요한 지역으로 평소나 유사시 적의 침투를 막거나 저지하기 위해선 철책선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대신 시민들에 거부감을 주지 않기 위해 미관형으로 설치하고 높이도 2.75m로 낮추겠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이에 대해 시민단체들은 국가방위도 종전의 아나로그방식에서 디지털방식으로바뀌어야 한다는 견해로 ‘안보논리’에 맞서고 있다.
즉, 아무리 촘촘하게 철조망을 설치한다 해도 최첨단장비를 이용하면 얼마든지 침투가 가능하다는 주장이다.
철책선 대신 레이더같은 전자장비로 보안대책을 강구해야 마땅하다는 논리다.
“그럴 경우, 구태여 엄청난 예산을 충당해서까지 재래식 철책을 설치할 필요는 없는 것 아닙니까?”
한 시민단체 관계자의 지적이다.
이 대목에서 최근 불거진 사안이 ‘94년 합의설’이다.
인천시의회 고남석 의원은 최근 열린 제94회 임시회에서 의사진행발언을 통해 “송도신도시에 해안철책선 설치문제는 이미 지난 94년 군부대와 인천시 부담으로 설치한다고합의했었다”고 주장하고 나선 것이다.
고 의원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인천국제공항 건설때부터 불거진 시민단체의 반발이 있을 때부터 시와 군은 내부적으로는 해안철책 설치가 불가피하다고 잠정적인 결론을 내려놓고 있었다는 얘기다.
◇특혜시비
지난 16일 열린 인천시의회 제94회 임시회에선 송도신도시 해안 14.4㎞에 해안철책선을 포함, 군사용 초소 설치 등의 경계물 설치와 관련된 2001년도 1차 추경예산안 116억원이 의원 찬성 15명, 반대 12명 등의 표결로 통과됐다.
사실 이날 표결을 앞두고 일부 의원들 사이에선 해안철책선 설치예산을 삭감하거나 부결시키자는 의견들이 팽배했었다.
그래서 일부 시민단체 회원들은 이날 임시회를 참관, 해안철책선과 관련된 예산 부결여부를 지켜볼 계획이었다.
물론 이 과정에서 의회 직원들과 몸수색을 놓고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했다.
그만큼 송도신도시 외곽에 대한 해안철책선 설치문제를 놓고 행정당국과 시민들의 반론이 심상찮다는 얘기다.
이같은 상황에서 최근 송도신도시에 대한 해안철책선 설치공사 업체선정을 들러싸고의혹이 제기됐다.
127억원이라는 막대한 사업비가 들어가는 공사가 공개입찰이 아닌 수의계약으로 시공업체를 선정하려 했다는 것이다.
만약 시공업체 선정과정이 투명하지 못하다면 시민단체들과의 갈등의 골은 그만큼 깊어질 공산이 크다.
◇향후 전망
인천국제공항 주변인 영종·용유지역에 이어 송도신도시 주위로도 앞으로 군사용 해안철책선이 설치된다면, 인천은 항만과 공항을 낀 동북아의 중심도시가 아니라 온통 우중충한 철조망으로 둘러 쌓인 수용소를 연상케 하는 중세의 ‘어두운’도시’로 되돌아가게 된다는 게 시민단체들과 대다수 시민들의 지적이다.
물론 이에 대한 인천시의 반론도 만만찮다.
최현길 인천시 도시계획국장은 “아직도 남북간의 긴장이 엄존하고 있는 상황인데다 긴장이 많이 완화된다 하더라도 주변에 중국을 코앞에 두고 있는 상황에서 최소한의 군사경계시설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그러나 궁극적으로 시민들에 대해 바다접근을 현재처럼 근본적으로 차단하는 시설들은 제거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며 “친수공간 확보를 위해 군부대 등과 계속 협의, 시민들의 불편을 해소해야 하겠다는 게 당국의 방침”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지역발전과 생활환경의 개선을 요구하는 시민이나 시민단체들과 국가 안보를담보로 하고 있는 군과의 중매역할을 시가 어떻게 하는냐에 따라 철책선의 문제의 향방은 가늠될 전망이다. /허행윤기자 heohy@kgib.co.kr
<김송원 인천 경실련사무국장 인터뷰>김송원>
지난해부터 인천 앞바다 철책선 설치 철회운동을 전개하고 있는 인천경실련 김송원 사무국장(36)은 “디지털 도시로 조성될 송도신도시 해안에 철책선을 설치하는 정책은 시대착오적인 발상”이라고 강조했다.
-앞으로 시민단체들과 연계, 저지운동을 전개할 계획으로 아는데.
△이미 이 사안은 대다수 시민들 사이에서도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당국은 보안이나 방위차원에서 불가피하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국가방위개념도 이젠 일대 대전환이 필요한 때이다.
-어떠한 방향으로 저지캠페인을 전개할 것인지.
△지난해 영종·용유도에 대한 철책선 저지캠페인에서 나름대로 수확이 있다. 우선 국방부가 철책선 설치길이를 24㎞에서 더 줄이기로 했고, 이미 그 지역은 군사보호구역이 아니기 때문에 더 완화될 가능성도 있다. 또 군부대측이 그동안 시민들과 수차례 토론회도 열었다. 그래서 군부대측과의 대화는 앞으로도 얼마든지 폭을 넓혀 나갈 수 있다.
-군부대측과의 협상이 밝다는 의미인가.
△그렇다. 이미 우린 절반 정도는 승리했다고 본다. /허행윤기자 heohy@kgib.co.kr
<김운봉 인천시의회 의원 인터뷰>김운봉>
“당국은 시민들과 바다와의 턱을 낮추는데 주력해야 합니다”송도신도시 해안철책선 설치문제에 대해선 원칙적으로 반대하지만 나름대로 대안도 제시하고 있는 인천시의회 김운봉 의원(44)은 친수공간 확보가 전제돼야 당국의 논리도 나름대로 설득력을 지니게 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지난해부터 불거지고 있는 영종·용유지구 해안철책선 분쟁과 연계, 결코 탁상공론으로 처리할 사안이 아닌만큼 당국은 신중하게 대처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또 “이번 사안이 안보논리에 치우쳐 강행된다면 앞으로 인천에선 제2, 제3의 분쟁들이 계속 터질 것”이라며 “당국도 내부적으로는 월미도나 소래포구, 연안부두 등에 대해 최대한 친수공간을 확대하겠다고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군사전략상 매우 중요한 것으로 보이던 월미산도 시민들의 품으로 돌아가고 있는만큼 당국이나 군부대측도 전략개념을 아나로그에서 디지털방식으로 전환해야 마땅하다”며 “이런 차원에서 해안철책선보다 진일보한 첨단시스템을 구축, 시민들에게도 바다를 되돌려주고 국제적인 디지털도시로 조성되는 송도신도시를 찾는 외국인들에게도 자유와 활기를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허행윤기자 heohy@kg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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