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자정부터 오전 11시까지 내린 비로 또한번 침수 소동을 빚었다. 광명, 시흥, 안산, 부천등지서 363가구가 물에 잠겼다. 이가운데 170가구가 침수한 광명에는 112mm, 110가구가 침수한 시흥은 148mm로 도내 평균 강우량 76.7mm에 비해서 훨씬 많은 비가 내렸다. 그러나 11시간동안에 내린 112∼148mm의 비로 그많은 집이 침수재난을 겪은 것은 배수시설의 결함 때문이다. 어느 도시라 할것 없이 하수구 등 배수시설이 일제때 수준에서 탈피치 못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를 심히 우려한다. 국토의 도시화 심화로 도시면적은 예전과는 비교가 안될만큼 광대해졌다. 이 광대한 도시는 또 95%이상이 포장화돼 비가 쏟아져도 스며들 땅이 별로 없다. 도시에 내린 비가 빠질 곳이라고는 하수구 뿐이다. 이런데도 배수시설 규모는 예전 수준인 것이다. 이나마 준설도 잘 안돼 빗물이 빠지기에 무척 벅차다. 미처 빠지지 못한 물이 낮은 지대로 흘러 비가 올 때마다 으례 겪는 것이 침수 소동이다. 이를테면 한국형 관재인 것이다. 그것도 1시간에 장대비로 100∼200mm쯤 한꺼번에 쏟아졌다 하면 또 모를 일이다. 보통비에도 비만 왔다하면 주택가가 침수되는 판이니 주민이 마음편히 살수가 없다.
서울시는 앞으로 반지하주택을 짓지 못하게 하는 방안을 한동안 검토했던 모양이다. 침수피해의 대부분이 반지하 주택이고 보면 오죽 했으면 그렇겠나 하는 딱한 심정은 짐작 하지만 될 일도 아니고 또 그런다고 해결되는 일도 아니다. 응급대책으로는 취약지마다 기동력 있는 양수기팀 가동으로 비가 많이 올때면 가옥이 침수되기 전에 물을 빼돌리는 일이다. 다음으로는 하수구의 철저한 준설이다. 준설을 몇해째 안한 지역이 수두룩 하다. 장기대책으로는 하수구시설의 확대다. 현재뿐만이 아니고 장차 도시규모가 커질 것을 예상, 일정수준 이상으로 규모를 확대하는 단계적 추진이 요구된다. 그렇지만 대부분의 단체장들은 이런 일엔 신경을 안쓴다. 당장은 눈에 띄는 사업이 아니기 때문이다. 하수구 설계 및 지도나 제대로 갖고 있는지조차 의문이다.
/白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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