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교과서 내용, 재검토 필요하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최근 발표한 2002학년도 고등학교 2종 교과서 내용은 일부에 문제점이 있다고 본다. 합격 판정을 받은 고등학교 2종 도서 308권 가운데 일부가 출판사에 따라 심각한 편향성을 보이는가 하면 고등학생들의 판단력을 충분히 고려치 않은 사례나 용어가 드러나기 때문이다.

비판 대상이 되고 있는 내용들 가운데 A출판사의 사회과 교재 ‘인간사회와 환경’중 ‘지역화와 지방자치’의 경우 다른 지역에 대한 언급은 거의 하지 않은 채 태백과 대구 사례를 심층 비교했는데 태백은 1쪽만을 다룬 반면 대구에 대해서는 9쪽이나 할애했다.

B출판사의 ‘국어생활’의‘대중문화와 국어생활’에서는 광고 읽기, 텔레비전 읽기, 소설 읽기와 영화 읽기만은 다뤘다. 대표적인 기존 대중문화 매체인 신문과 라디오는 물론 인터넷 등 뉴미디어 매체에 대해서는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 같은 책의‘정보화 사회와 국어생활’에서 별도로 정보매체 측면으로서만 방송과 신문을 비교, 뉴미디어를 다루고 있지만 접근방법이나 내용이 완전히 달라 편향성이 문제점으로 남는다.

C출판사의 사회교과서는 용어와 삽화에 논란의 소지가 있다. ‘사회적 쟁점과 합리적 의사결정’에서 근대 서양 시민들의 기본권을 설명하면서 ‘인민’이라는 용어를 쓴 것이다. 물론 ‘인민’이라는 용어는 원래 영어의 ‘people ’에 대한 정확한 번역이지만 남북한 이데올로기 갈등 과정에서 아직은 금기시된 표현이 아닌가. 사회적 합의를 거치지 않은 채 수십년간 사장돼 있던 단어의 사용은 심사숙고해서 결정해야할 대목이다.

D출판사의 사회과목‘정치생활과 과제’에서 정치를 늑대의 영역 다툼에 비유하고 늑대들이 으르릉거리는 삽화를 넣은 것은 정치인들을 지나치게 비하했다는 비판을 받을만 하다. 학생들에게 일찍부터 정치 혐오감만을 심어줄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이번 7차 교육과정의 고교 교과서들 가운데 새 음악 교과서의 경우 트로트, 록 등 대중음악까지 싣는 등 실생활과 밀접한 사례들을 중심으로 구성,과거에 비해 학생들의 수업참여와 흥미를 불러 일으킬 내용이 많아 전체적으로는 긍정적인 변화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재미와 특성만 강조한 나머지 객관성의 결여가 발견된다면 교과서로 사용하기 전 신중한 재검토가 있어야함은 당연한 일이다. 교과서의 중요함은 재론할 여지가 없다. 교과서 집필자들과 각계의 전문가들이 참가하는 종합평가회를 개최하여 논란이 되고 있는 내용의 수정여부를 확정하는 등 교육당국은 현명한 대책을 곧바로 마련하기를 촉구한다.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