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세계문화유산 화성

1997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돼 떠들썩했던 수원의 ‘화성(華城)’은 문화유산 지정이후 무엇이 얼마나 달라졌을까.

화성을 다녀간 내외국인의 수는 얼마나 되고, 화성과 관련된 캐릭터상품 개발과 축제는 얼마만큼 성공적이며, 그래서 화성이 한국을 대표하는 문화관광상품으로 얼마만큼 부각이 됐을까.

물론 단기간내에 이러한 것들이 만족스러울 수는 없지만 많은 사람들의 반응은 그리 긍정적이지 않다.

화성을 자원으로 활용해 수원을 세계적인 문화관광도시로 만들겠다, 만들어야한다는 목소리는 높지만 이를 전담하는 조직체도 전문가도 없고 체계적·전문적인 프로그램도 미약하다. 아직도 걸음마 단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다.

“화성을 둘러보고 기념할만한 뭔가를 사고 싶어도 맘에 드는 것이 없다” “성곽은 그럴듯한데 화성 역사문화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자료관이나 박물관 하나 없다”“그냥 구경만 하는게 아니라 뭔가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있었으면 좋겠다”…

이처럼 화성 관광후 많은 의견들이 제시되 듯 수원이 명실상부한 국제문화관광도시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각계 전문가들로 구성된 전담부서를 마련하고 마스터플랜을 수립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화성은 문화유산 지정이후 관련 유적에 대한 복원사업이 지속적으로 전개되고 있고, 화성을 알리기 위한 시티투어가 나름대로 활성화돼 관람객들의 발길이 크게 늘어났다. 또 능행차 연시와 화성국제연극제, 정조시대 전통무예전 등 문화예술행사도 다양하게 펼쳐지고 있다.

그러나 세계적인 문화관광지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관광상품화를 위한 다양한 전략과 프로그램 개발, 관련시설 확충이 시급하다.

특히 2002년 월드컵 개최를 앞두고 외국 언론들이 수원을 알리는 대표적 홍보사절로 화성을 지목, 세계적인 방송사와 신문사들이 화성으로 몰려들 태세인 만큼 그들의 눈길과 발길을 잡을 수 있는 대안마련이 절실하다.

현재로서는 관광객이 몰려와도 마땅한 숙박시설이 없어 그들을 잡아놓기가 무리며 기껏해야 잠깐 들렀다 가는 것이 고작이다. 인근 관광자원과 연계가 용이한 관광요충지로서 유리한 조건을 갖고 있으면서도 이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월드컵의 수원 개최는 화성을 세계적으로 알릴 수 있는 절호의 찬스로 여기에 얼마만큼 발빠르게 움직이느냐가 대단히 중요하다.

수원시는 우선 정조대왕이 능행차때 임시로 머물던 거처인 화성행궁을 월드컵 이전인 내년 4월까지 복원, 이를 효의 산교육장이며 관광축제의 장으로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화성행궁은 모두 577칸으로 국내 행궁중 최대규모를 자랑하는데 화성과 연계한 관광자원으로 최대한 활용, 다양한 전통문화행사와 관광프로그램을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이달호 수원시 학예연구사는 “행궁의 봉수당은 궁중유물 전시장으로, 비장청은 정조·화성과 연관된 역사자료실로, 우화관은 외국인 숙박관광객을 위한 한국식호텔로 활용하는 등 화성과 연계해 관광명소로 가꿔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시는 ‘화성 잇기사업’도 지속적으로 펼치고 있는데 교통문제 등을 감안해 철제로 만든 구간도 있고 중심상가에 위치해 현실적으로 복원이 어려운 남치-팔달문(남문)-동남각루 구간이 미복원 상태지만 아쉬운대로 걸어서 화성을 돌아볼 수 있도록 했다.

화성의 미복원 성곽시설과 화성 관련 미복원 시설에 대해 현장표식 등을 실시, 지속적인 화성발전의 토대를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화성연구회 강주수 이사는 “화성성역의궤 등의 사료와 1911년 고지적도, 항공사진 등의 자료를 토대로 현장을 확인한 결과 화성연구회에서 모두 36개의 미복원 시설을 확인했다”면서 “확인된 미복원 시설들에 대해선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의 검증을 거쳐 복원을 해야한다”고 말했다.

이에 박흥수 화성관리소장은 “화성관련 미복원시설은 장기적인 계획을 세워서라도 제대로 복원해 화성 전체가 제 모습을 찾을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이러한 문화재의 복원도 중요하지만 당장 화성을 찾는 관광객들을 위한 좀더 다양한 ‘꺼리’가 개발돼야 한다는 중론이다.

외국관광객들이 옛 군사 복장을 한 이들과 사진 찍는 것을 가장 좋아하고 효의 종치기, 활쏘기 등을 무척 좋아하는 것을 보면 화성을 찾은 관광객들의 체험 프로그램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또 기념품도 여러모로 빈약해 수준높은 상품개발과 홍보에도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

이에 수원시 관계자는 “저마다 독특한 개성을 갖고있는 화성 각각의 시설물을 활용해 다양한 볼거리와 체험거리, 즐길거리, 살거리 등을 개발해 곧 시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한몫하게 될 이 사업은 연무대에 가면 활쏘기를 할 수 있는 것처럼 각 시설물들의 특성에 맞는 이벤트를 상설 운영해 국내·외 관광객 모두가 화성을 직접 보고 체험하고 느낄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이렇게 되면 매주 토요일 오후 2시30분부터 진행되고 있는 화성 답사프로그램인 ‘시티투어’도 더욱 활성화, 수원을 대표하는 관광코스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다. 시는 시티투어가 어느 정도 정착되면 민간위탁 등의 방법을 통해 매일 이 프로그램을 진행시킬 계획이다.

시는 또 문화관광부가 올해 지역문화관광축제로 선정한 ‘화성문화제’를 연중행사로 전개해 화성을 찾는 관광객들에게 늘 볼거리를 제공한다는 계획하에 연초부터 이를 시행하고 있다. 화성문화제중에는 정월전통민속놀이, 혜경궁홍씨 회갑연 및 양로연 재연, 시와 음악이 있는 밤, 수원갈비축제, 효의 성곽순례, 화성국제연극제, 정조대왕 선발대회, 수원여름음악축제, 화성백중제, 능행차 연시 등 다양한 행사를 테마축제로 펼치고 있는데 내실과 함께 홍보가 중요하다.

수원이 세계적 문화관광도시로 발돋움하기 위한 또하나의 중요한 과제는 바로 지역주민들의 관심도와 참여의식이다. 세계문화유산을 보유한 도시로서의 자긍심과 함께 성숙된 시민의식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인식하에 다함께 화성 가꾸기, 수원 알리기에 동참해야 한다.

/강경묵기자 kmkang@kg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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