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태어나 죽음을 맞는 것은 아무도 부인할 수 없는 일이다. 좁은 국토에 많은 인구가 살고 있는 우리나라의 경우 토지자원이 환경에 적합하도록 이용돼야 하지만 정치적·경제적·법률적 여건 등에 따른 장묘문화로 효율성을 잃고 있는게 현실이다. 이에따라 본보는 우리 장묘제도의 현주소와 문제점을 짚어보고 이에따른 개선책 등을 제시해 보고자
한다.
◇우리 장묘제도의 현주소와 문제점
우리나라의 장묘문화는 풍수지리와 유교적 전통 등 오랜 관습에 따라 매장이 절대시됐다. 화장을 하면 조상을 두번 죽인다는 사고가 팽배해 사실상 화장을 금했기 때문이다. 특히 살아 있을때보다는 죽은 사람에게 더욱 공을 들이려는 관습으로 묘지의 면적이나 봉분의 높이 등에 더욱 신경을 쓰고 남보다는 더 크고 더 화려하게 장식하려 하고
있다.
이로인해 사람이 살 땅도 부족한데 국토는 묘지로 잠식당해 국민 1인당 주거공간은 4.3평인데 비해 묘지는 15평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해마다 여의도 면적인 89만평이 묘지로 잠식당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경기도의 경우 전체면적 1만190㎢중 2.5%인 250㎢가 묘지로 들어차 있으며, 전국 묘지의 25%가 몰려 있다.
더욱이 조상을 수상한다고 하면서도 전국적으로 2천여만기의 묘 가운데 40%인 800여만기가 무연고 묘로 10명중 4명이 조상의 묘를 돌보지 않고 있어 문제는 더욱 심각하게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올해부터는 묘를 쓸때 ‘시한부매장’원칙이 적용돼 매장위주의 장묘문화에 일대 변혁이 예상되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문중묘지도 납골묘로 꾸밀 수 밖에 없게 돼 장기적인 대책마련이 시급하다. 다행인것은 최근 들어 화장에 대한 인식이 바뀌어 매장위주에서 화장문화로 서서히 장묘문화가 정착돼 가고 있다는 게 장묘문화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이에따라 장기적인 마스터플랜을 갖고 장묘문화를 개선해 나가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선진국의 장묘제도 및 시설
▲영국
화장률 72%로 유럽국가 중에서도 화장률이 가장 높은 영국은 기독교 장례법의 영향을 받아 교회내 시체를 매장하는 교회묘지가 주종을 이뤘으나 묘지공간 부족문제가 대두되자 정부가 개입해 대규모 공설묘지로 전환하게 됐다.
화장후 유골은 장미정원에 뿌리고 30%는 유족들이 집으로 가져가 보관하거나 개인적으로 뿌리고 나머지는 납골묘에 안치하고 있다.
런던 동북부 Manor park에 소재한 ‘런던시립공설묘지’는 1856년 24만5천여평 규모로 설립됐으며, 지상매장시설과 지하매장시설, 4기의 화장로를 갖춘 화장장, 납골당, 장례식장등의 시설이 마련돼 있다. 화장은 당일화장원칙으로 사용료는 총 장례비용의 10%수준이며 가족이 유골을 확인할수 있도록 화장장을 개방하고 납골당은 벽식 납골당으로 설치돼 있다.
▲프랑스
카톨릭이 국교인 프랑스는 화장보다는 매장을 선호, 중세부터 교회구내에 시체를 매장하는 교회묘지제도가 발전해 도시와 마을중심이 묘지화 돼 왔으나 1887년 화장에 관한 규정을 결정, 법적으로 인정하게 됐다. 특히 20세기에 들어 인구증가와 도시화에 따른 공간부족 및 환경·공해문제 등으로 매장문화가 비판을 받기 시작해 1963년 바티칸 교황청이 화장을 인정하면서 프랑스 교구단에서도 이를 인정, 정부의 화장 중립입장에도 불구하고 화장률이 점차 증가해 1996년 6.8%에서 1997년에 13.7%로 2배정도가 증가했다.
파리도심 한복판에 위치한 ‘종쉬를 종합묘지’는 매장묘지와 지하 3층, 지상 3층 규모의 납골당이 가로 30cm, 세로 30cm, 깊이 60cm로 설치돼 있으며 매장은 무료지만 탈골이 되는 매장후 10년이 경과하면 반드시 화장후 유료납골당에 안치해야 한다.
▲이탈리아
포르노 크레마또리온묘지는 나무관밑에 부패물질의 유출을 방지하는 납판이 부착돼 있으며 10년동안 개장이 불가하고 10년후 영구납골하고 있다.
납골당을 지상으로 노출시켜 지하 납골당의 음산하고 으시시한 분위기를 없애고 14만여평의 넓은 묘지 곳곳에 스피커를 달아 잔잔한 음악을 들려주고 있어 공동묘지분위기가 아닌 공원을 산책하는 기분을 주고 있다. 여기저기 납골당에는 시들지 않은 생화가 꽂혀 있는것을 목격할 수 있는것만 보더라도 분위기를 알 수 있다.
◇바람직한 장묘문화의 개선책
유럽묘지의 특성은 공설묘지와 주거지가 가까운 도심속에 위치해 있다는 것이다. 어느 도시를 가던 공공묘지 사이에서 그 도시가 자랑하는 우리에게 잘 알려진 인물의 묘지를 만날수 있다.
이는 주변과 자연스러운 조화를 이루도록 철저한 묘지관리가 전제돼야만 가능하다.
프랑스는 가톨릭국가로 화장률이 높아지는 추세에 있으나 아직 18%에 불과하며 실질적인 자국민의 화장률은 이보다 훨씬 낮은 수준이다.
이같이 매장을 선호하고 있는 프랑스가 묘지난을 어떻게 해결할 수 있었는지 다시한번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
프랑스의 묘지는 하나의 생활공간으로서 다양한 형태로 이뤄져 있다.
이같이 유럽의 장묘문제는 인간존중과 복지의 차원에서 풀어나가야 할 새로운 시점에 있다는 점을 깊이 인식할 필요가 있다. 선진국들은 중앙정부 및 지방자치단체에서 보다 적극적인 대응을 하고 있다는 점이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유럽의 장묘시설은 죽은자를 위한 공간뿐 아니라 산자를 위한 생활공간으로 자리잡아 서로를 연결시켜 주는 장이 되고 있다. 또 최대한으로 주위의 자연환경과 조화를 이루도록 공원화했으며 시설을 이용하는데 편의성을 최대한으로 살리는 토탈서비스 체제를 갖추고 있는게 특징이다.
우리나라에서 운영되고 있는 공공장묘시설은 시설자체가 노후화하고 관리도 제대로 안돼 이용기피 현상까지 발생하고 있다.
사설법인묘지의 경우도 사업자의 지나친 영리추구로 공원화, 편익시설설치 등 이용자를 위한 배려는 거의 찾아 볼 수 없고 장묘시설의 영속성과 안정성 등을 확고하게 하는제도등은 전혀 찾아 볼 수 없다.
지난 1월13일‘장사등에 관한 법률’이 개정돼 시행되고 있다. 개인과 가족, 집단묘지를 불문하고 60년이 지나면 묘지의 기득권을 주장할 수 없게 됐다. 납골해야 한다. 그러나 이같은 법률개정만이 능사는 아니다. 국민과 정부, 지방자치단체, 사업자 등 모두가 합심해 이상적인 장묘행정을 이뤄야 한다는 지적이다. 무엇보다도 지자체공무원의 묘지행정에 대한 인식의 변화가 필요하다. 또한 혐오시설만으로 알고 있는 주민들의 인식전환도 필요하다.
장묘업무에 대한 소극적인 기피자세에서 벗어나 국민에 대한 최후의 복지라는 인식을 가진 적극적인 태도와 전문성을 갖춘 공무원과 장묘시설을 혐오시설이 아닌 공원휴식시설로 인식하는 주민이 공존할때 장묘문화의 선진화는 우리곁으로 더욱 빠르게 다가올 것이다./의왕=임진흥기자 jhlim@kg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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