② 잃어버린 철도왕국 용산역
경성역(서울역)을 출발한 옛 경원선 열차의 첫기착지는 용산역이다. 만리재 고개에서 효창공원을 좌측에 두고 서남쪽으로 달려 한강에 임박하여 그 뻗어 내려간 산세가 용의 모양과 같은데서 유래되었다는 용산역. 옛부터 삼남대로가 관통하였고 1894년 동학난을 계기로 일본군 1개 여단이 주둔하고 철도시설이 집중되어 군사, 교통의 요지였다. 용산역은 경인선이 개통되었을 1900년 당시에는 3.5평에 불과한 오두막 역사였다. 그러나 용산이 경의선의 일본군용 시발역으로 되자 1906년에 용산역사는 목조 2층으로 개조되었다. 그 후 화재로 불타버리자 480평의 고딕식 양식 건축물로 재건축하여 한층 멋을 자랑하였다. 이 고딕식 역사는 아쉽게도 6·25 때 불타 버렸다.
1945년 8월 해방당시 경원선은 경성-용산-서빙고-한강리-수철리-왕십리-청량리-촌연-창동-의정부역을 거쳐서 원산까지 222.3㎞가 이어졌다. 현재는 용산역에서 성북역까지만 국철이 운행되고 있다. 지하철로 변하면서 그사이에 새로운 역이 생겨서 용산-이촌-서빙고-한남-옥수-응봉-왕십리-청량리-회기-외대앞-신이문-석계-성북역 등이 있다. 성북역에서 의정부역사이에는 인천-의정부 국철이 연결해주고 있다. 의정부역에서부터는 옛 경원선이 신탄리까지 그대로 운행되고 있다.
현재 옛 용산역사는 용산 민자역사 산축이란 명분아래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리고 옆에 조그만 전철역사만이 남아 있다. 현대산업개발이 2000년 10월부터 지하 3층, 지상 9층의 용산 새역사를 짓는 공사가 한창 진행중에 있다. 1944년 해방 1년전 역무원이 458명으로 부산역 1059명, 경성역 863명, 원산역 501명, 평양역 493명, 청진역 483명, 대전역 461명 다음으로 전국에서 7번째로 컸던 용산역. 그 역은 이제 옛 영화를 다 벗어 던지고 석양속으로 사라지는 노인처럼 황혼을 맞이하고 있었다. 그 옛날 얼룩무늬 군인들로 흥청대던 명찰, 군모가게는 용산역 광장 건너편에 아직도 몇 군데가 남아있어 옛 자취를 말해주고 있다. 오늘날까지 유일하게 용산역사 앞에 건재한 국군수송사령부 철도수송대를 찾는 군인수도 눈에 띄게 보이지 않는다. 승객상대의 역앞 창녀촌도 파출소 골목길에 몇집 만이 겨우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보리고개 시절 비내리는 완행열차에 몸을 싣고 고향을 찾아가던 수많은 민초들의 발걸음으로 꽉 들어찼던 드 넓은 용산역 광장에서도 가끔씩 군인들만이 지나갈뿐 움직이는 인적들이 적다. 누군가가 이야기 하지 않았던가, 기차에는 고향으로 달려가는 맘이 가득하고 잊지 못할 추억 들이 가득하다고...이제 이 모든 것들은 아련한 저편의 기억으로 남아 있을
것이다.
해방당시 용산역은 경인선, 경의선, 경원선, 경부선, 용산선 등이 관통하고, 경원선을 통하여 중앙선, 경춘선, 함경선과도 직접 연결되었다. 그래서 용산은 한국을 남북으로 종관하는 간선철도망의 핵심에 위치했다. 용산은 철도망의 거점이었을뿐만 아니라 철도학교, 철도병원, 철도공장, 철도 도서관 등이 있었다. 용산에 철도왕국이 건설되기 시작한 것은 1907년 11월 부터이다. 이때 한국통감부 철도 관리국이 인천에서 이전해 오면서 그 부대시설도 함께 이전해 왔기 때문이다.
한편 주변에 50만평이 넘는 철도용지와 300만평이 넘는 군용지가 있어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었다. 철도 관리국은 한국통감부 철도청, 철도원 한국철도관리국, 조선총독부 철도국, 조선총독부 교통국으로 명칭을 변경하면서 존속해 왔다. 용산에는 해방당시 약 4천명이 근무하는 한국 최대의 경성철도공장이 있었다. 경성철도공장에서는 차량개수는 물론 기관차, 화차, 객차를 제작하기도 하였다. 남만주철도주식회사는 철도종사원을 체계적으로 양성하기 위해서 1912년 3월에 조선총독부의 인가를 받아 용산에 경성철도학교를 설립했다. 철도학교는 그 후 철도국 조직변화와 함께 1925년 철도종사원양성소 등으로 부침을 거듭하다 1941년 4월 다시 부활되었다. 수복후 철도고등학교로 개편되어 많은 졸업생을 배출하여 현재 철도청의 중견간부로 재직중인 사람들이 많다. 이 철도고등학교는 1977년 3월에 철도전문학교로, 1979년 1월에는 철도전문대학으로 개편되어 현재는 의왕시 부곡역 인근 철도박물관 옆에 둥지를 틀었다. 용산역앞 큰길 건너편에 위치한 중앙대 의과대학 제2부속병원은 옛날의 철도병원 터이다. 아직도 일부 붉은 벽돌 건물이 남아있어서 옛 철도병원의 자취를 알아볼 수 있 다. 아직
. 이밖에 옛 철도 건물로 남아 있는 것은 곧 헐리게 될 한국철도신문건물과 옛 철우회관 건물뿐이다. 용산 철도병원은 1907년 용산동인병원으로 출발하여 1913년 9월 용산철도 병원을 개칭하였다. 그후 철도병원은 1926년 용산철도의원, 1938년 경성철도병원을 거쳐 해방후 철도 종합병원으로 오랫동안 그 역할을 다해오다가 1984년에 중앙대학에 임대하게 된다. 결국 용산철도병원 77년간의 역사는 막을 내리게 되었다. 옛 철도병원 부지에 일부 현대식 고층건물이 들어서 있다.
서울시는 지난 3월에 도시계획위원회를 통과한 용산역일대 지구단위계획을 7월 10일 고시했다. 이 계획에 의하면 2004년부터 한강로 3가 용산철도정비창(14만평)을 수색역으로 이전함과 동시에 용산역 일대 21만평이 대규모 국제 업무단지로 개발된다. 고속철도 중앙역이 될 용산역사는 민간자본으로 상업, 업무시설을 병합하여 짓고, 현재 슬럼화한 용산역 앞쪽도 도심재개발을 통하여 대형 빌딩단지로 바뀔예정이다. 용산역 뒤쪽 서부역사 앞에는 한국 최대의 전자제품 메카인 용산전자상가단지가 현재 위치하고 있다. 마침내 용산역 앞뒤쪽의 균형개발이 이루어지게 되었다. 머지않아 잃어버린 용산역의 옛 영화를 다시 찾을 수 있는 황금의 시기가 다가 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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