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재식 산자부장관이 난데없이 대북전력지원을 거론하더니 이번에는 북한 전역에까지 고려되는 개성공단 천연가스 지원설이 나왔다. 한국가스공사가 2003년부터 북측에 연차적으로 천연가스를 지원, 2009년엔 연간 2천100억원 상당까지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한다는 일부 보도내용이 사실이라면 그같은 의사 및 정책결정의 근거가 무엇인지 묻는다. 그리고 이것이 대통령의 생각인지도 궁금하다. 국가나 부처의 의사 및 정책결정은 공론화에 합목적, 합리적인 소정의 절차가 있다. 대통령 또는 장관의 생각이 곧 국가나 부처의 생각이라는 발상은 심히 위험하다. 대북관계는 특히 그러하다. 정권차원이 아닌 국가차원으로 접근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이를 혼돈케 하는 충격적 사례가 불쑥불쑥 나오기가 예사인 것은 남북관계의 장래를 위해 결코 유익하지 않다.
가스문제도 그렇다. 이런 일은 주무부처에 국한하지 않는 국가의 중요정책으로 국무회의 심의사항이다. 또 여야 정치권의 자문을 구하고 국회의 동의를 얻는 것이 상궤다. 대북관계가 매끄럽지 못한 이유 가운데 하나가 이같은 상궤를 일탈한데 있음을 정부는 성찰할 필요가 있다. 물론 남북관계의 공식창구는 어디까지나 정부다. 그러나 정부내 몇몇 사람의 생각이 창구의 거울일 수는 없다. 대북관계는 제도적 틀속에 추진돼야지, 인치에 의해 추진돼서는 국민의 신뢰를 얻기가 어렵다. 임동원 통일부장관이 아니면 남북관계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청와대측 말도 이런 점에서 설득력이 약하다. 흔히 냉전적 보수를 말한다. 그렇지만 이 땅에 급진적 진보세력은 있어도 냉전적 보수세력은 없다. 북진통일을 원하는, 그래서 전쟁을 벌이자는 보수세력은 어디에도 없는 것이다. 평화공존, 평화통일은 겨레의 염원이므로 현 정권이 마련한 남북관계 기조는 햇볕정책의 이름이 아니어도 다음 정권이 누구이든 이어지게 마련이다.
DJ정부는 이런 사실을 유념, 지나치게 서둠으로써 되레 경직화시키지 말고 유연하게 대처해 나가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의사 및 정책결정의 객관화에 투명성을 기하고 재임중 업적에 너무 급급하지 않는 것이 좋다. 가스지원설 또한 제기돼도 이같은 맥락으로 접근해야 한다. 제대로 다시 검토돼야 한다고 믿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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