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도로상의 무인단속 카메라는 과속으로 인한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설치된 장치물이다. 그럼에도 이같은 기기가 허수아비로 작동되지 않아 오히려 교통사고가 우려되고 있다면 역설적이긴 하지만 차라리 없는 것만 못하다는 말이 나올만도 하다.
서울외곽순환도로와 서해안·경인고속도로 등에 설치된 무인단속 카메라 20개 중 작동안되는 10여개 구간이 바로 사고위험지역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들 고속도로를 매일 운행하는 운전자들은 무인단속 카메라가 작동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고 이 구간을 지날 때 속도를 줄이지 않고 고속으로 달리고 있으나 카메라가 먹통인줄 모르는 운전자들은 단속카메라를 발견하고 갑자기 속도를 줄이다 뒤따라 오던 과속차와 추돌할 위험이 크다는 것이다.
안전수칙과 운전예절만 제대로 지킨다면 고속도로 교통사고는 얼마든지 줄일 수 있다. 이같은 점을 모르고 고속도로를 달리는 운전자는 없을 것이다. 하물며 단속카메라가 설치돼있어 모든 운전자가 제한속도를 지켜야 한다는 뻔한 상식을 기기가 고장났으니까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무시함으로써 엄청난 재앙을 가져올 우려를 낳는다면 참으로 위험천만한
일이다.
우리나라가 여전히 교통사고율에서 세계 최고를 기록하고 있다는 사실에 대해 이제 모두가 깊은 자괴감을 갖고 그 불명예를 씻기 위해 나쁜 운전습관을 고치는 새로운 각오를 다져야 한다. 도심에서는 신호위반·차선위반·끼어들기·곡예운전을 밥먹듯 하고 앞차의 속도가 조금만 더뎌도 비상등을 깜박이며 재촉하는 게 우리다. 주말 고속도로에서는 안전거리를 무시한 과속질주와 앞지르기를 잘하는 사람이 운전솜씨가 좋은 사람으로 통하는 그릇된 인식과 굴절된 운전관행이 몸에 밴데서 사고가 잦아 윤화왕국이라는 불명예를 쓰고 있는 것이다.
고속도로의 교통사고를 줄이는 길은 예방운전외에 달리 뾰족한 방법이 없다. 그러기 위해서는 단속을 강화해서 난폭운행을 규제하는 일이 무엇보다 급선무이다. 고장난 무인단속 카메라를 속히 고치고 고속도로 요소요소에 순찰대가 지키고 있다면 과속이나 무리한 추월따위는 훨씬 줄어들 것이다. 이에 못지않게 운전자의 자질향상을 위해 운전면허의 요건과 교양교육을 강화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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